▲ 사인 훔치기 스캔들 이후 1년 만에 현역으로 돌아온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과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뒤흔들어놨던 월드시리즈에서의 ‘사인 훔치기’ 논란 대상자들이 1년 만에 사실상 사면됐다. “충분한 죗값을 치렀다”는 의견도 있지만, “도덕성 문제에 너무 관대하다”는 불만이 더 큰 상황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미 현지 언론들은 7일(한국시간) “보스턴이 알렉스 코라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고, 보스턴 구단 또한 이를 인정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구단은 2023년과 2024년 연장 옵션을 갖는다. 최대 4년 계약인 셈이다. 코라 감독은 2018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그러나 사인 훔치기 사건의 당사자라는 불명예가 있다. 올해 감독직에서 내려왔던 결정적인 이유인데 1년 만에 다시 팀에 복귀한 셈이 됐다.

논란은 2017년 휴스턴과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후 밝혀진 MLB 사무국의 공식 조사에 따르면, 당시 휴스턴은 전자정비로 다저스의 사인을 훔쳐 이를 더그아웃에 공유했고, 더그아웃에서는 휴지통을 두드리는 등 선수단 내의 암묵적인 의사 소통을 통해 이를 타석의 선수들에게까지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휴스턴은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만큼 큰 논란이 됐다.

결국 사건 당사자였던 휴스턴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이 모두 중징계를 받고 팀을 떠났다. 그리고 당시 벤치코치로 사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 코라 감독도 보스턴 감독직을 떠났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팬들의 비난이 거세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징계가 끝나자 당사자들이 슬그머니 돌아왔다. 힌치 감독은 최근 디트로이트와 감독 계약을 했다. 당시 힌치 감독은 선수단 내에 이뤄지고 있던 사인 훔치기를 “뒤늦게 알았다”고 항변했으나 어쨌든 자격정지 처분의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었다. 여기에 코라 감독까지 보스턴으로 돌아오면서 당시 감독과 수석코치가 모두 비공식적인 ‘사면’을 받은 셈이 됐다.

현지에서는 후폭풍이 뜨겁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두 지도자가, 그것도 1년 만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숙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징계가 끝나자마자 디트로이트와 보스턴이 움직인 것도 그렇게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힌치 감독과 코라 감독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음에 따라 당시 선수단 내 주동자 중 하나로 지목되는 카를로스 벨트란 또한 향후 앞길이 열렸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벨트란은 올 시즌 전 뉴욕 메츠의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이 사건이 불거지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힌치와 코라도 감독으로 돌아왔는데 벨트란도 걸림돌이 하나 사라졌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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