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리도 없이'.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제작 루이스픽쳐스 BROEDMACHINE 브로콜리픽쳐스)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유아인이 자신의 빛나는 필모그래피에 문제적 범죄극을 추가했다.

'소리도 없이'의 중심 인물은 본 적 없는 직업군(?)이다.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범죄조직의 뒤치다꺼리 하청을 맡은 청소부. 살인 현장을 세팅하고, 끝나면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굽실거리다 땀을 흘리고 또 다음을 기약하는 밥벌이에 죄책감 따위가 스며들 틈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조직의 실장님이 안 하던 일을 시킨다. 사람 하나를 잠시 데리고 있으란다. 꺼림칙하지만 알겠다고는 했는데 웬걸, 그 사람이 유괴당한 11살 여자아이 초희(문승아)다. 하루이틀이면 데려갈 줄 알았건만 웬걸, 일을 시킨 실장님이 다음날 처리대상이다. 아이의 운명이 그들 손에 맡겨진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들은 곤란해진다.

▲ 영화 '소리도 없이'.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소리도 없이'는 흉악범죄가 생계요 일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세상은 괴상하게 비틀려 있다. 살인, 시신유기, 유괴, 협박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둔탁한 타격음과 절박한 신음, 낭자한 선혈이 OST처럼 자연스럽게 깔린다. 모두가 둔감하다 못해 무감각하다.

그 세상에 사는 태인과 창복에겐 달걀을 파는 일이나 시체를 둘둘 감아 파묻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화는 이들을 지시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땀 흘리는 노동자처럼 그렸다. 심지어 무해하며 선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꼼짝 없이 유괴된, 눈치 빠르고 야무진 소녀 초희의 눈에도 그렇다. 아이는 제가 속한 세상에 금방 물드는 법이다.

'소리도 없이'는 그런 평범한 얼굴을 한 괴물들의 세상에서 벌어진 파열을 파고든다. 이 영화는 태인과 창복을 닮았다. 뻔하지 않다. 위태롭고도 아슬아슬하다. 그 '영화다움'은 매력적이지만 위험하며 불편하기도 하다. 끔찍하지만 평화로운, 기묘한 아이러니에 더해진 무심한 유머에 피식 웃다가 문득 섬뜩해지는 것이다.

신예 홍의정 감독이 그린 세상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자각조차 없던 악행을 일삼던 이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초록과 하늘색, 분홍색이 어우러진 일상은 여전히 알록달록하며 텅 빈 가르침이 메아리친다. 감독은 "끔찍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회의 관계와 태도에 집중하는 이야기"라며 '바쁜 현대의 삶 속에서 선악의 판단을 유보한 채 삶을 살아가는 무감각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영화 '소리도 없이'.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아인과 유재명, 두 배우가 짝을 이뤄 이 문제작을 이끈다. 태인 역 유아인의 존재감이 단연 압도적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닫아버린 청년이 된 그는 15kg을 찌워 만든 몸뚱이로 소리 없이 말한다. 차마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속내가 어기적대는 몸짓, 실룩거리는 입술, 불룩한 배에 담겨 진땀처럼 흘러나온다. 수다스럽지만 공허한 유재명은 그의 절묘한 짝패다.

10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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