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세인트루이스 가을무대를 여는 '1선발' 김광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스트시즌 첫 판 선발은 대개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수가 나간다.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에 등판했던 에이스들은, ‘3일 휴식’을 취한 뒤 1차전에 그대로 나서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만큼 1차전이 중요해서다.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32)에게 중책을 맡겼다. 단순히 휴식 일정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을 두고 가장 좋은 투수라고 했다. 올 시즌 성적이 증명한다.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김광현은 올해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1.62)을 기록했다. 선발 7경기에서 3승 무패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뛰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의 큰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어쨌든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루키고, 그것도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다. 이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개막전’ 선발을 맡긴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신인 선발투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규정이닝 60% 이상 소화 기준)을 쓴 21세기 최초의 투수라는 훈장을 가지고 있다. 포스트시즌 첫 출격 또한 훈장이다. 2차 대전 이후 역대 세인트루이스 투수 중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포스트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사례는 세 번 있었다. 2000년 릭 엔키엘, 2005년 크리스 카펜터, 그리고 지난해 마일스 마이콜라스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기는 했어도 메이저리그 신인은 아니었다. 김광현은 신인이면서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포스트시즌 1차전’에 갖는 구단 최초의 선수가 됐다. 남다른 의미인데 그만큼 김광현이 믿을 만한 투구를 했다는 의미다.

21세기 이후 세인트루이스는 수없이 가을 무대에 나갔지만, ‘가을 시작’을 책임진 투수들은 더 특별했다. 릭 엔키엘(2000년), 맷 모리스(2001·2002년), 우디 윌리엄스(2004년), 크리스 카펜터(2005·2006·2009년), 카일 로시(2011·2012년), 아담 웨인라이트(2013·2014년), 존 래키(2015년), 마일스 마이콜라스(2019년)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에이스라고 하는 잭 플래허티나, 전직 에이스였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도 해보지 못한 임무를 김광현이 맡는 셈이다. 루키가 여는 가을의 시작이 성공적이라면, 김광현의 이름 또한 팀 역사에서 환하게 빛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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