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제공| TCO(주)콘텐츠온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 어느덧 빠져든다. 2020년의 저세상 코미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제작 브라더픽쳐스 TCO(주)콘텐츠온). SF에 코미디, 호러, 스릴러가 다 섞였다지만 역시 돋보이는 건 그만의 코미디다.

시작은 우주다. 우주를 건너 달을 지나 지구, 대낮의 도심 개천에 뭔가가 떨어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걸어가는 이에게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그는 바로 외계에서 온 죽지않는 인간, 언브레이커블이다. 이들과 여고 동창생들의 목숨을 건 대결이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뼈대. 달콤한 신혼을 즐기던 소희(이정현)가 완벽했던 남편 만길(김성오)이 의심스러워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장(양동근)과 뒤를 밟다 그의 정체를 알게되며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른다. 동창 세라(서영희)에 이어 양선(이미도)이 뜻하지 않게 합세하며 이야기는 점점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꼬여간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낯설다. 2020년의 상업영화답지 않은 도입부의 우주 CG, 외계 빌런의 첫 등장부터 남다른 기운이 돈다.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의 작당도, 이들을 퇴치하겠다는 정부요원들도 어딘지 나사가 빠져있다. 연기파로 구성된 배우군단은 콘셉트에 충실한 캐릭터로 현실에서 한 발 붕 뜬 이야기에 작정하고 가담한다. 개연성보다 상상력에 충실한 소동이 뒤돌아보지 않고 쭉쭉 전개된다. 감독이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시실리 2km'란 독보적 코미디 세계를 열었던 신정원 감독이다.

스크린에 펼쳐진 B무비의 세계에는 얼른 적응하는 쪽이 좋다. 일부러 깔아놓은 판은 다음을 위한 포석이고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 호불호는 있겠으나, 내려놓을 수록 즐길 수 있다. 문제의 밤이 깊어갈 무렵이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던 포인트가 슬슬 위력을 발휘한다. 애쓸수록 꼬여가는 반전의 스릴러, 거기에 더해진 진지한 한끗!

캐스팅도 절묘하다. 언제 좀비 잡는 여전사를 연기했냐는 듯 애교로 무장한 이정현, 무심하게 묵직한 식도를 휘두르는 서영희, 깨알 리액션에 도가 튼 이미도, 악역포스 충만한 김성오 등 듬직한 배우들이 기존 이미지를 발판삼아 신나게 논다. 오랜만에 코미디로 만난 양동근이 특히 반갑다. 만화에서 튀어나온듯한 캐릭터를 세상 진지하게 그린 양동근의 주절거림이 킬링파트다.

9월29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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