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뉴욕 메츠와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투구로 시즌 4승째를 거둔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3·토론토)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로케이션으로 상대 타자들을 골탕 먹인다. 여기에 위기관리능력이 빼어나다. 그래서 피안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실점은 적은 유형에 속한다.

14일(한국시간) 미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 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경기에서도 그랬다. 류현진은 1회에만 안타 3개를 허용하는 등 메츠 타선의 방망이를 쉽게 피해가지 못했다. 2회부터는 안정을 찾았지만 어쨌든 이날 6이닝 동안 맞은 안타는 8개. 그런데 실점은 단 1점이었다. 피장타를 억제했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과시했다.

안타 개수가 1~2개 적었다면 전형적인 류현진의 피칭이었다고 봐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토론토가 볼 때는 어쩌면 신기한 일이었다. 토론토 역사에 이런 위기관리능력을 가진 투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토론토 역사에서 5이닝 이상 6이닝 이하를 던지며 8피안타 이상을 기록하고도 1실점 이하를 기록한 투수는 몇 없다. 꽤 긴 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례가 류현진 이전에 12번밖에 안 된다. 가장 근래 기록은 2014년 4월 9일 휴스턴전에서 마크 벌리가 기록했다. 벌리는 당시 5⅓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1실점으로 버티고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8개의 안타를 맞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자연히 제구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14일 류현진처럼 볼넷 없이 버틴 경우는 더 없다. 앞선 조건에 무볼넷을 추가한다면 토론토 역사상 네 번째 일이었다. 6이닝 이하, 8피안타 이상, 7탈삼진 이상, 무볼넷은 아예 전례가 없다.

메츠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메츠는 류현진에 꾸준히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략할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메츠는 류현진을 상대로 8안타 이상을 친 경기가 14일까지 세 번이나 된다. 그런데 류현진은 메츠 상대 평균자책점이 1점대 초반이다. 

2014년 5월 22일에 류현진은 메츠전 6이닝 9피안타를 기록했으나 1실점으로 버텼다. 그리고 2018년 9월 6일에는 6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았지만 역시 자책점은 딱 1점이었다. 메츠는 이날도 많은 안타를 때리고도 류현진을 무너뜨리지 못하며 답답함만 키웠다. 이제는 류현진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아무리 때려도 안 되는' 공포로 발전할 만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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