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기괴괴 성형수'. 제공|트리플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 제작 에스에스애니멘트 스튜디오애니멀)는 성형수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알리는 광고영상과 함께 시작한다. 물과 섞은 성형수에 일정시간 얼굴을 담갔다 빼면 말랑해진 피부를 찰흙처럼 빚어 원하는 외모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고작 물 한 통이면 예뻐질 수 있다니, 고통도 부작용도 없다니, 누가 현혹되지 않을까. '아름답다'를 '우월하다'로 표현하고, '추하다'가 곧 '혐오스럽다'가 되는 시대. 당신도 쉽게 예뻐질 수 있다며 나즈막히 속삭이는 '기기괴괴 성형수'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도발적인 괴담이다.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한 예지는 연예인 메이크업을 한다.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외모는 깊이 새겨진 콤플렉스다. 늘씬한 몸매와 매끈한 얼굴로 뜬 미녀스타 미리는 그런 그녀를 경멸하며 막말로 행패를 부리기 일쑤. 싸늘한 시선과 무시는 예지에게 일상이나 다름없다. 그는 폭식하며 악플을 다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예지는 출연자 펑크로 홈쇼핑에 대타 출연해 먹방을 펼쳤다가 '극혐'이라 불리며 화제에 오른다. 상처받아 몇날을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에게 어느날 배달된 '기적의 물' 성형수. 영상에 홀린 듯 사용법을 따라했다가 다른 사람이 된 그녀는 미녀 '설혜'로 다시 태어난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오성대 작가의 네이버 인기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편이 원작이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은 기묘하고도 괴상한 이야기 중 '성형수'는 단연 주목받은 에피소드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원작의 맛이 오롯하다. 이를 뼈대로 납작했던 캐릭터에 사연과 양감을 더하고 보다 섬세해진 디자인과 컬러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미추(美醜)란 그저 피부의 두께일 뿐임을 애니메이션다운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으로 그려내며 시선을 붙든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보이는 것에 열광하는 우리의 자화상이자 무시무시한 풍자이기도 하다.  단순한 만큼 메시지는 명료하다. 외모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쳐 좌절한 예지, 아름다워질수록 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설혜는 한몸이다. 두 얼굴의 그녀를 달리 대하는 세상, 두 얼굴로 다르게 세상을 사는 그녀 역시 우리의 얼굴이다. 예지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고 호소하지만, 남의 시선이 기준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는 한 세상은 호러일 뿐이다. 허를 찌르는 '기기괴괴 성형수'의 결말은 그토록 집착해온 미의 기준이란 사실 얼마나 별 것 아닌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극장에 나타난 한국산 호러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만으로도 '기기괴괴 성형수'는 반가운 작품이다. 화면에 담긴 묘사보다 그 너머의 함의가 더 몸서리치는 공포물로서, 장르팬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즐기기에 부담없다. 성형수술에서 '술' 한 글자를 뺀 성형수라는 흥미로운 소재에서 시작, 극적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상당하다. 서늘한 사실주의와 비현실적인 순정만화를 오가는 그림체도 이야기와 더없이 어우러진다.

9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5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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