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테넷'.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속에 극장가가 되살아날 조짐이 안 보인다. 기대작 '테넷'마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가운데 영화계는 걱정 반 기대 반 추석 준비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무려 2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든 올해 최고 블록버스터 중 하나. 독창적인 세계관과 대중성을 결합시킨 작품으로 승승장구해 온 놀란 감독의 신작이자, 첩보액션 장르를 표방해 코로나19로 침체된 전세계 극장가를 되살릴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세계의 기대가 높았다. 놀란 감독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는 여러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코로나19 한복판에서 극장 개봉이란 결단을 내렸고, 시간역행과 시간순행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스토리와 비주얼에 착 맞게 녹여냈다. 난해하다는 평이 있을지언정, 압도적인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정도. 북미를 제외한 41개 시장에서 먼저 선보여 첫주 기대를 크게 웃도는 5000만 달러 수입을 올리며 저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소 다르다. 초기 방역에 성공한 덕에 극장가도 여름과 함께 살아나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히트작이 연이어 탄생했지만, 다시 창궐한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프리미어 상영으로 8만, 문화의 날이었던 개봉 첫날 22만 관객을 모으며 출발했지만 기세가 쭉 이어지지 못했다. 정식개봉 8일째인 2일까지 '테넷'이 모은 누적관객은 76만명에 불과하다. 8월 마지막 주말 관객이 45만 명에 불과하고 평일 하루 극장 관객이 5~7만 명에 머물다 보니, 그 절반을 '테넷'이 쓸어가는 와중에도 흥행은 역부족이다.

▲ 영화 '담보''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제공|CJ엔터테인먼트 TCO㈜콘텐츠온
상황이 이렇다보니 9월 영화들은 무더기 개봉일 조정에 들어갔다. '뉴 뮤턴트'가 오는 10일, '뮬란'이 오는 17일로 1주일씩 개봉을 미뤄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신민아 이유영 이규형이 출연한 미스터리 스릴러 '디바', 장혁이 주연한 무협액션 '검객'이 오는 23일 개봉, '돌멩이'가 30일 개봉을 확정한 상태.

이미 불붙었어야 할 추석영화 대전은 조짐이 없다. 9월말 10월초 추석 연휴를 노려 개봉하려던 대작들이 특히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닷새 연휴가 이어지는 올해 추석은 여느 때라면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맞붙어도 손색없는 황금 연휴.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두들 분위기만 지켜보는 형국이 됐다. 한국영화 첫 우주SF물로 주목받던 메리크리스마스의 '승리호'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개봉을 연기했고, 추석시즌 개봉을 저울질했던 '싱크홀' 역시 일찌감치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주연의 '담보'는 9월 안에 개봉하겠다는 게 내부 방침으로 9월30일 개봉이 유력하나 아직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현 주연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또한 9월말, 10월 초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한 영화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극장 상황이 코로나19로 관객 감소세가 극심했던 지난 4월 수준이다. 어떤 영화라도 과감히 개봉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다 상황이 좋아지면 갑자기 개봉이 몰릴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 역시 "보통 한 달 전에 개봉을 고지하고 그에 맞춰 홍보마케팅을 진행하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는 비상 상황이다. 개봉 일정을 알렸다가 바꾸면 그 역시 막대한 리스크"이라며 "마지막까지 극장 상황,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다가 개봉 2주~10일 전쯤에야 이를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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