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타구 비율에서 나란히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김광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3·토론토)이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나 메이저리그(MLB) 레벨에서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두 선수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0마일(145㎞) 남짓이다. 좌완이라고 해도 그렇게 매력적인 수치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던지는 공의 속도보다 돌아오는 공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안타는 물론 장타의 확률까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측정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타구 속도에 대한 부분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타구 속도와 성적의 연관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은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두 선수는 강한 타구(95마일 이상)의 비율이 리그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적다. 자연히 안타 확률이 떨어지고, 수비수들이 대처할 시간이 늘어나며, 이는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류현진의 올 시즌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9.7개로, 개인 최고 성적을 낸 지난해(8.0개)보다도 좋다. 인플레이타구가 적어졌다는 것인데 그 인플레이타구조차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류현진의 강한 타구 비율은 25.8%로 50타자 이상을 상대한 리그 선수 중 3위다. 이 수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야 수비가 조금 더 류현진을 뒷받침하고, 약간의 운까지 따른다면 성적은 지금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김광현의 호투 비결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김광현은 올 시즌 탈삼진 머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맞혀 잡는 야구가 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강한 타구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광현의 강한 타구 비율은 27.8%로 리그 13위를 달리고 있다.

외야로 뻗는 잘 맞은 타구들이 간혹 나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빗맞은 타구 또한 많이 유도하고 있어서다. 이 비율을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무난한 MLB 연착륙 시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앞으로 이 비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두 선수 모두 현재까지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버티고 있다. 몰리는 타구가 나온다면 필연적으로 강한 타구 비율이 높아지고 성적 저하로 이어진다. 맞아도 잘 나가지 않는 마법의 투구를 이어 가는 게 올 시즌 성적의 최대 관건이다. 특히 제구력이 검증된 류현진에 비해 김광현은 이 부분을 신경씀과 동시에 탈삼진 비율도 조금씩 높여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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