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테넷'.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느껴."

'테넷'(TENET)의 한 대사는 스크린 앞 관객을 향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주문처럼 들린다. 코로나19를 뚫고 찾아온 놀란 감독의 신작은 난해하고 대담하며 낯설다. 하지만 150분을 그저 맡겨도 될 만큼 매력있다.

※아래에는 영화 '테넷'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예정됐던 언론시사회가 취소된 탓에, 변칙개봉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말 22일과 23일 강행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테넷'이 처음 베일을 벗었다. 수차례 개봉을 연기하는 진통 끝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자, 충직한 팬들을 거느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자부한 신작인 만큼 특별관 상영이 속속 매진될 만큼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과연, '테넷'엔 감독의 인장이 진하게 찍혀 있다. 

'테넷'(TENET)이란, 앞으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알쏭달쏭한 한 단어와 함께 세상을 향한 위협에 맞서다 미래기술 '인버전'을 마주한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르게 하는 '인버전'을 거치면 총알은 탄창에서 발사되는 대신 박혔던 벽에서 빠져나와 거꾸로 탄창 안에 들어가게 된다. '미래'란 보이지 않는 적과 대치하게 된 그는 조력자 닐(로버트 패틴슨)과 힘을 합쳐 러시아 무기밀매상 사토르(케네스 브레너)와 연관성을 파악하고 그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에게 접근한다.

드디어 관객에게 찾아온 놀란 감독의 신작은 시간의 변주에 천착해온 감독의 야심이 가득하다. 그는 시간을 역행한 '메멘토'부터 시간을 초월한 '인터스텔라', 복수의 시간축을 보여준 '덩케르크'까지, 시간을 비틀어 만들어낸 낯설고도 놀라온 이야기로 N차관람을 부르며 관객을 매료시켜 왔다. '테넷'은 그 연장선상에서 그 모두를 집대성했달까.

영화는 일상적인 시간과 이를 역행하는 '인버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작용하는 세계, 이를 무대로 벌어지는 미래와의 싸움을 거침없는 상상력과 액션으로 풀어낸다. 속도감도 전개도 거침없다. 장면마다 놓쳐선 안될 단서가 담긴 데다, '인버전'이란 낯선 개념이 세계관은 물론 플롯마저 관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 플롯도 생략이 상당하다. 

그러나 놀란의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까다로운 설정이나 그 법칙이나 표현이 단순하고 이야기도 점층적라 점점 몰입감이 더진다. 까다로운 설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않더라도 꽉 짜인 이야기가 바탕인 놀라운 볼거리는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 우주와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던 '인터스텔라'처럼 '테넷' 역시 시간여행과 물리법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대놓고 자극하며, 이야기의 틈새를 메우고픈 욕망도 마찬가지다. 정식 개봉 이후엔 수많은 해석과 추론이 줄을 이을 것 같다.

'테넷'은 독창적 세계관과 합일하는 대담한 볼거리가 돋보이는 블록버스터다. 보잉747 비행기를 직접 충돌시킨 폭발장면은 물론 시간역행 액션신은 물론이거니와 잠깐의 요트신, 스쳐 지나가는 로케이션에서도 압도적 제작비가 실감난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인 주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묵직한 액션과 카리스마로 든든히 영화를 이끈다. 로버트 패틴슨의 변신이 반가우며,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존재만으로 시선을 붙드는 오브제다.

그 스케일과 재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아이맥스관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풍성한 음향시설을 지원하는 곳에서 감상하길 권한다. 한스 짐머에 이어 놀란 감독과 새롭게 손발을 맞춘 루트비히 요란손의 음악이 지적인 블록버스터와 착 붙는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