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희의 '눈'은 2021년 도쿄에 닿아 있다. ⓒ 부여, 송경택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여, 박대현 기자 / 김성철 송경택 영상 기자]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카누 국가대표로 출전한 야자와 가즈키는 스님이다.

일본 나가노에 있는 1400년 전통사찰, 다이칸진사에서 승려 생활을 한다. 사찰 일과를 마치면 인근 강에서 패들(노)을 젓는다. 삶의 두 축을 수양하듯 반복한다.

야자와 스님은 "카누 매력은 물 위를 걷는 것"이라며 "선두와 선미가 매끄럽게 뾰족한 배에 올라 가만히 물소리를 듣다 보면 나 자신을 잊게 된다"며 웃었다.

실제 카누인을 워터 워커(water walker)로 부른다. 물 위를 걷는 사람이란 뜻이다. 힘과 속도를 겨루는 수상 스포츠를 '걷는다'로 묘사하는 심상이 흥미로웠다.

▲ 이예린
제16회 백마강배 전국카누경기대회가 지난 11일 충남 부여 백제호 일원에서 개막했다. 94개 팀, 338명 워터 워커가 나흘간 열전에 돌입했다.

25년 넘게 국내 카누계 일인자로 군림한 이순자(42, 경남체육회)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상황.

전국체전 금메달만 29개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한국 여자 카누 사상 최초로 자력 출전권을 따낸 '여제'는 여대일반부 카약 4인승 200m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베테랑 자존심을 지켰다.

그녀는 카누가 지닌 가장 큰 매력으로 '물소리'를 입에 담았다.

"패들로 물을 저을 때 소리가 참 매력 있어요. 가끔은 음악처럼 들리기도 하죠(웃음).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화시켜주는 느낌을 받아요. 그 물소리에 매료돼 지금껏 배를 탄 거 같아요. 몸은 물론 마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카누를 꼭 한 번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일인자는 기운(氣運)이 다르다. 특히 사반세기 가까이 정상을 지킨 명인은 반드시 그 비결이 있다. 타고난 재능, 걸출한 성실성 이상의 뭔가가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분명 버거운 고비가 있었을 터. 슬럼프가 왔을 때 '늪'에서 조금은 부드럽고 빠르게 헤어날 수 있는 그만의 비결이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그렇게 큰 슬럼프가 없었어요(웃음). 그냥 참는 게 삶이 돼서 그런지 크게 힘들다거나 그랬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그래서 저보고 변태래요(웃음)."

"다만 (운동 선수라면) 고통을 어느 정도 즐길 줄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딱 하나만' '이게 마지막이다' 마인드콘트롤하면서 연습을 이어 가는 거죠."

▲ 단 몇 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카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숨가쁜 세계다. ⓒ 대한카누연맹
여자 카누에 이순자가 있다면 남자에는 조광희(27, 울산시청)가 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카누 역사를 새로 쓴 조광희는 현재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지닌 유일한 재목으로 평가 받는다.

"카누는 편파판정이 없어요. 공정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아요(웃음)."

실력을 닦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카누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조광희는 "(조심스럽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일단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그런 것보단 카누라는 종목이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해서요(웃음). 메달을 따고 (꾸준히 성과가 이어지면) 카누의 매력을 조금 더 많은 분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조광희는 자신의 말을 토막토막 지켰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백마강배에서 남자일반부 카약 1인승 200m 1위를 차지했다.

36초793 기록으로 장상원(인천시청) 정유성(전남체육회)을 제치고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도쿄 하늘에 태극기를 걸고 싶다는 조광희 바람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의 웃음이 단단한 몸만큼이나 건강해 보였다.

스포티비뉴스=부여, 박대현 기자 / 김성철 송경택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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