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맨 오른쪽)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여의도(국회), 박대현 기자] 고 최숙현은 묻는다. 한국 체육은 이제 어느 별을 좇아야 하는가.

가해자 '악마화'는 쉽다. 그들을 꾸짖고 벌 주는 건 어렵지 않다. 수오지심, 법제만 작동하면 된다.

본질은 카르텔이다. 폭력에 관대한 체육인들 마인드다. 메달을 으뜸 삼아 스무 살 성인에게도 묻지 않고 강제하는 합숙과 집단 논리다. 이들이 어우러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을 악마로 만들었다.

고 최숙현 사건은 단단히 뿌리 내린 체육계 카르텔을 보여 준다. 녹취록에 담긴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팀 닥터 권력 관계, 구단도 눈치보는 주장 선수 영향력이 그렇다. 밖에서 볼 때, 상식 밖이다.

경주시청 '밖'도 매한가지. 최숙현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 경주시청, 국가인권위원회, 경주경찰서에 도움을 호소했다. 

하나 어느 곳도 자기 얘기를 증언으로 바꿔 주지 못했다. 공염불로 만들었다.

▲ 고 최숙현 선수의 2017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일지 ⓒ 연합뉴스
최숙현 부친은 올 초 가해자를 고소했다. 한두 곳이 아니다. 부친 말에 따르면 "백방으로 신고서를 작성하고 진정을 넣어도 (다들) 쉬쉬했다. '처벌 받아도 벌금형에 그칠 것' '운동부가 원래 맞기도 하고 욕도 듣고 하지 않냐'며 (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최숙현은 구제받지 못했다.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대표까지 지낸 유망주가 귀한 생명을 스스로 내려놓은 데엔 구조의 책임도 있다. 가해자 개인 폭력성, 인권 감수성 부재만 탓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황대호 경기도의원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점을 꼬집었다.

"안타까운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에 있다"면서 "지도자든 협회 직원이든 징계를 받아도 징계 이력이 공유되지 않는다. (잘못을 해도) 학교와 협회, 실업 프로 팀으로 재취업에 제약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 어찌 폭력과 비리가 근절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징계 이력을 공유하고 이것을 관리하는 협의체나 체육부 격 기관만 있어도 고질적인 체육계 카르텔을 막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 체육계를 비판하는 사회…그 세계를 만든 이도 사회?

최숙현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상명하복 질서와 폭력에 관대한 체육계 특성을 우리 사회로 넓혀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역시 그런 관행이 있고 묵인해온 건 아닌지 치열하게 짚어야 한다.

고 최숙현 사건은 팔자 매듭이다. 대물림이다. 선수 시절 코치에게 맞고 욕 먹어가며 운동한 선수가 은퇴 뒤 지도자가 되면 다시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주위는 여전히 침묵. 목격자는 고개를 떨군다.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과정은 관성에 가깝다. 뼈를 깎는 노력이 부자연스럽게 개입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라떼는 말이야'에 발 들이게 된다. 

▲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리학계는 이를 보상심리로 진단한다. 인간성을 상실하는 경로는 사실 대단히 인간적인 성향을 띈다.

끊임없이 회의(懷疑)하고 이의 제기하고 타성에 젖는 자신을 채근하지 않으면 어느새 악마가 된다. 정도만 다를 뿐.

목격자는 그릇된 관행에 손 들지 않았다. 맞서 싸울 경우 '잃을 게' 많아서다. 메달 색과 국가 대표 선발, 실업 팀 입단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선후배(선수와 지도자)는 폭력을 내재화한다. 개인이 조직 논리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안녕(메달과 승리)이 우선인 집단은 개개인을 외면한다. 돌보지 않는다. 내부고발은 배신이다. 낙인찍고 그들 세계에서 철저히 내친다. 목격자는 비겁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회라고 다를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가정과 학교 군대에서 얼차려를 필요악으로 여긴다. 회초리와 체벌 사이 합의가 미비하다. 치열히 공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또다시 방관자가 된다. 제2, 제3 경주시청을 낳는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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