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영민. 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김영민이 생각한 JTBC '부부의 세계' 손제혁은 그야말로 '찌질남'의 끝이었고, 김영민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첫 전성기를 열었다. 

최근 종영한 '부부의 세계'를 통해 김영민은 이태오(박해준)와 동창이자, 업무 특성상 귀가가 늦는 걸 핑계로 수시로 외도를 즐기는 인물 손제혁을 맡았다. 그는 끝내 보란듯이 지선우(김희애)와 밀회를 즐겼고 아내 고예림(박선영)도 알아차렸다. 예림의 용서로 두 사람은 과거처럼 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이긴 어려웠다. 결국 두 사람은 파경을 맞이했다.

김영민이 처음 대본을 받고 느낀 손제혁은 참 찌질한 남자였다. 김영민은 "모자람이 많고 바람피우는 걸 자랑인 듯이 이야기하는 그런 못난 모습이 여성에게 어떤 큰 상처를 주고 인생에 아픔을 주는 가에 대해 표현해야 했다. 남자들 사이에 있을 법한 못난 모습을, 어디선가 본듯한 그런 느낌을 찾으려 애썼다. 아내가 '부부의 세계'를 보고 이태오는 '머저리', 내게는 '지질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소중한 걸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있었다. 정말 옆에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모습이 손제혁에게 있다"고 밝혔다.
▲ JTBC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영민. 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다만 김영민은 손제혁은 '갱생'의 여지는 있단다. 그는 "태오보단 성공한 것 같다. 태오는 다시는 가정을 꾸리지 못할 거 같지만 제혁은 꾸릴 거 같다. 예림덕분에 사랑은 놓쳤지만, 인생은 되찾은 사람이 되었다고 본다. 사랑을 놓치고서 더는 그르게 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예림을 통해 비로소 윤리라는 것이 생겨난 사람이라고 본다"고 자신이 맡은 제혁 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김영민은 "손제혁은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 같았지만, 예림을 통해 한 꽃에 정착할 수 있는 인간이 됐다. 다만 혼자서는 안되는 그런 남자라서, 배우자를 찾았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 손제혁을 떠올렸다. 

제혁이 마음고생만을 안긴 예림 역의 박선영에게도 고마워했다. 그는 "박선영과의 마지막 촬영 당시에도 저절로 슬퍼지는 것이 있었다. 그동안 작품 안에서의 역사가 보여서 박선영에게 고맙고 좋았다. 사랑하지만 용서가 되지 않는, 잊히지 않는 마음이 느껴지더라"며 "제혁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예림에게 더 상처를 줄 순 없는 그런 것들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는 것 대신, 각자의 인생을 다시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도 만족했다.
▲ JTBC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영민. 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부부의 세계'를 통해 김영민도 공감하고 느낀 것이 많았다. 그는 "원작도 봤는데, 원작의 대본을 작가가 한국적으로 잘 바꾼 작품인 것 같다. 여전한 여성들을 향한 유리 천장,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이 주는 상처 같은 것은 많은 남자가 생각해야 한다. '부부의 세계'는 그런 면에서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김영민은 2001년 영화 '수취인 불명'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비롯해 '퍼펙트 게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랑스여자' 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나의 아저씨' '구해줘2' 등 굵직한 작품으로 안방 시청자와도 만났다. 대학로와 충무로를 넘나들며 묵묵히 연기 활동을 해온 그는 2020년 tvN '사랑의 불시착'과 '부부의 세계'의 연타석 홈런으로 비로소 확실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은 행운이었고, '부부의 세계'는 내게 운명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처럼 운이 좋은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 좋은 작품과 배우를 만나 운 좋게 얻은 결과라 목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 JTBC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영민. 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그는 "차기작인 '사생활'이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앞선 두 작품이 모두 잘 되다 보니까 '어깨에 힘주면 안 돼'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운이 좋아 된 것이니 다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할 일을 하고 있다 보면 시청자가 인정해주지 않을까. 계속 잘 되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 일이기도 하다"라며 앞으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제가 '꽃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군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기대 이상으로 잘 되었을 때 들뜨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싶어요. 어깨에 힘주지 않고, 모완일 감독과 김희애 선배 같은 좋은 사람들과 만난 것에 감사하며 계속 채찍질하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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