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6년 7월 2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14명이 퇴장한 당시 기사 사진. ⓒ MLB.com에서 참고한 스캇 린드블럼 트위터 캡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야구 경기에서 단 1명이라도 퇴장하면 큰 이슈가 된다. 그런데 한 팀에서 10명 이상이 퇴장하는 게 상상이나 되는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3일(이하 한국시간) 1946년 7월 20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에서 레드 존스 주심이 화이트삭스 선수 14명을 퇴장 조치한 사건을 소개했다. 

시작은 악의가 없었다. 3회 화이트삭스 선발투수 조 헤인즈가 보스턴 스타 테드 윌리엄스에게 투구를 했는데, 스플리터가 갑판을 때렸다. 존스 주심은 즉시 헤인즈에게 경고했다. 

이때 팀 간 감정이 고조된 것이 아니라 더그아웃과 심판 사이에 전면전이 펼쳐졌다. 존스 주심의 주장에 따르면 첫 경고 직후부터 더그아웃에서 야유가 나오진 않았다. 헤인즈는 공 하나를 더 던졌고, 존스 주심은 당시 윌리엄스가 홈런을 친 것으로 기억했다(기록지에는 단타로 적혀 있다). 

윌리엄스 타석 직후 테드 라이언스 화이트삭스 감독이 마운드로 걸어 나와 새 투수가 몸을 풀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주심이 경기 속도를 올리기 위해 라이언스 감독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라이언스 감독은 "주심이 헤인즈에게 경고를 한 게 방해가 돼 안타를 맞았다"고 비난했다.  

주심은 다시 홈플레이트로 돌아왔을 때부터 3루 더그아웃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바보(Meathead)"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주심은 라이언스 감독을 불러 그만둘 것을 요청했고, 라이언스 감독은 "당신이 시작한 일"이라고 답했다. 

주심은 라이언스 감독에게 첫 퇴장을 외쳤고, 이후로 야유는 계속됐다. 낙담한 주심은 더그아웃으로 몸을 돌려 가장 먼저 본 3명에게 추가 퇴장을 선언했다. 그러고도 야유는 멈추지 않았고, 20분이 흐른 뒤 3루 더그아웃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화이트삭스 선수단 14명이 퇴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존스 주심은 더그아웃이 깨끗해질 때까지 경기장에서 한 명씩 쫓아냈다. 그래도 야유는 계속됐다'고 회고했다. 

스포팅뉴스는 '복화술사가 있어서 주심이 야유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다. 화이트삭스에는 복화술사가 있다. 주심은 끈질기게 조사했지만, 끝내 그 예술가이자 범인은 찾지 못했다'고 당시 보도했다.  

하지만 범인을 못 찾았다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MLB.com은 '존스가 더그아웃으로 향했을 때 구석에 걸린 바람막이 뒤에 두 발이 튀어나온 것을 봤다. 바람막이를 끌어 내리자 그 뒤에 야유의 원천인 3루 코치 뮬 하스가 서 있었다'며 '3루수 로디기아니는 하스 코치가 방귀 소리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였다고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존스 주심은 평화 속에서 남은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고 경기는 화이트삭스의 2-9 패배로 끝났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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