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의 돈이 아쉬운 팬들의 환불 요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전반기가 그대로 사라진다면 LA 다저스는 2억 달러 상당의 입장 수익을 잃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답게 티켓 가격도 비싼 편이다. 적당한 가격의 일반석에 앉는 4인 가족 기준, 경기장에서 쓰는 돈과 주차비 등을 포함하면 하루에 20~30만 원, 혹은 그 이상을 지출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인기가 있기 때문에 선호 좌석은 아무리 비싼 금액이라도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게다가 연간 시즌권을 가지고 있는 골수 팬들도 상당히 많다. 일찌감치 표를 구하려는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티켓 환불을 놓고 갈등의 불씨가 싹트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보도다.

지역 최대 매체인 ‘LA타임스’도 11일(한국시간) 이런 사례를 소개했다. 윌 워렌으로 알려진 한 팬은 2000달러(약 242만 원)의 거금을 들여 티켓을 구매했다. 이날 자신의 생일 파티를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예정대로 열리지 않자 티켓 환불을 문의했는데, 티켓을 판매한 곳에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다. 

“경기가 취소되지 않고 연기됐으니 티켓을 소유하고 있어라”는 권유 메일이 왔다는 것이다. 워렌 씨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싫어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지금 많다”고 비판했다. ‘LA타임스’의 취재에 다저스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인 뉴욕 및 동부 지역에서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10일 ‘뉴욕 데일리 뉴스’ 또한 비슷한 기사를 올렸다. 인터뷰에 응한 팬은 “몇 주 뒤에 직장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쓸모가 없는 티켓만 가지고 있다. (환불을 받아) 긴급 생활비에 충당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팬은 160달러(약 20만 원)짜리 티켓이 환불이 되면 일주일 식비 정도는 된다면서 리그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미국은 고용구조상 고용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당장 문을 닫은 기업들을 위주로 해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일부 팬들로서는 단돈 100달러가 아쉬울 수도 있다. 

반면 구단도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여건이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미 NBC는 올해 전반기가 통째로 날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인 LA 다저스는 2억 달러(약 2425억 원)의 입장 수익이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LA 에인절스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즌이 조속히 개막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환불 요청에 대해) 팬들의 요구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인절스 또한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MLB 사무국 차원에서 뭔가의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