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프로야구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우려를 모으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4월 2일 오후 4시.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취재진과 염경엽 SK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타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얼핏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프로야구의 평일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히 있었다. 취재진과 감독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평소보다 멀찌감치 떨어져 착석했다. 무엇보다 시즌 중에는 한창 경기를 준비하는 타격 훈련이 이뤄지는 시점이지만, 이날은 청백전을 마치고 ‘나머지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멈춰선 경기장은 이내 적막감만 흐르는 공간으로 변했다.

2020년 시즌 개막이 오리무중이다. 당초 4월 20일 이후였던 개막일은, ‘4월 말 혹은 5월 초’로 한 차례 연기됐다. 4월 말 혹은 5월 초에 개막될지조차도 미지수다. 매일 100명 안팎의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시즌을 개막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시즌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나. 종식이 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래도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활동기간 중이고, 월급은 예정대로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선수는 “타 종목 선수들은 물론, 자영업을 하는 예전 동료들은 정말 힘들다고 들었다. 우리는그래도 직업을 유지하고 월급도 제때 받고 있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염경엽 SK 감독도 “다 같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야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런 적막한 경기장이 유지될 경우 선수들도 내년부터는 한파를 실감할지 모른다. 144경기 체제를 모두 유지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5월 초에는 개막을 해야 한다. 이 시점부터는 미뤄지는 만큼 시즌 단축이다. SK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즌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올해 연봉은 활동기간 중 정상적으로 지급이 될 것”이라면서도 “시즌이 단축되면 당장 고과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하고, 인센티브 계약이 되어 있는 선수들의 내용도 수정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내년 재정 상황이 어려울 공산이 매우 높다. 당장 입장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그에 맞춰 광고 매출도 급감할 전망이다. 프로야구단의 매출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수단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 나가니 적자폭만 커지는 구조다. 현재 10개 구단은 모두 시즌 단축 혹은 무관중 경기에 대비해 예산안을 다시 짜고 있다. 일부 구단은 50~100억 원 사이의 매출 저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구단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다. 내년 예산을 미리 당겨쓰는 팀도 있을 것이고, 모기업으로부터 특별 예산을 받는 팀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내년 상황이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2021년 연봉 협상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개 구단은 전체 팀 연봉을 정해두고, 고과에 따라 그 파이를 나눈다.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일부 지점에서 큰 마찰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성적을 내고도 예년보다 인상폭이 줄거나, 혹은 삭감폭이 커지는 상황이 예상된다. 막상 계약이 시작되면 반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프리에이전트(FA)들은 정말 운이 없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구단이 쓸 돈이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주기조차도 힘들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F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올 연말은 정말 추운 계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선수들이 아직 코로나19 한파를 실감하지 못할 수는 있겠지만, 시차를 두고 언젠가는 후폭풍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