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쉬움을 남긴 김민은 개인과 팀 성장을 모두 바라본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150⅔이닝이라는 수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단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2년차에 이만한 이닝을 던진 투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6승12패라는 성적에 초점을 맞춘다면 초라했다. 아주 믿을 만한 선발투수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였다.

kt 우완 영건 김민(21)의 2019년 시즌 결산에는 이 두 가지 평가가 공존했다. 하지만 김민은 주위보다도 자신을 더 냉정하게 평가했다. “나쁘지는 않았던 것 아니냐”는 말에 김민은 “다 아쉽다”고 고개를 떨꿨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가슴에 박혔다. 김민은 “나 때문에 우리 팀이 가을야구를 못했다.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김민은 “2019년 시즌 목표는 100이닝이었다. 100이닝이 지나니 욕심도 생겼다”고 했다. 김민은 전반기에만 19경기에서 110⅓이닝을 던졌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6승7패, 평균자책점 4.57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찾아온 피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후반기 8경기에서는 1승도 없이 내리 5패를 했다. 평균자책점은 6.02였다. 신인급 투수들에게 으레 찾아오는 고비를, 김민도 넘기지 못했던 셈이다.

그는 “목표는 달성했는데 6승12패가 아쉽다. 조금 더 내가 잘했으면, 팀이 가을야구를 가지 않았을까”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내가 5패만 더 줄였어도, 몇 번만 더 이겼어도 팀이 가을야구를 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kt 관계자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3년차 선수의 가슴에는 한이 서렸다. 

“5패를 줄이고, 몇 승을 더하자”는 뚜렷한 목표가 생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민은 “생각보다 후반기에 피곤하더라. 피로도가 없지 않아 있었다. 팔이 조금 안 좋기도 했고, 몸이 전체적으로 피곤했다. 이렇게 꾸준히 많이 던진 적도 처음이었다”면서 “시즌이 끝나고 ‘내년에는 몸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오프시즌은 그 생각대로 움직였다. 트레이너들이 준 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화했다. 

몸도 만들었고, 기술적으로도 컴퓨터 분석의 도움을 받아 업그레이드를 준비했다. 컴퓨터는 김민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회전축이 매번 바뀌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잡아냈다.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린 이유였다. 김민은 오프시즌 중 이를 고치기 위해 애썼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중반부터 던지기 시작한 체인지업 연마에도 공을 들였다. 세트포지션도 손을 봤다.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럴까. 김민은 “올해는 기대가 된다”고 눈을 반짝거렸다.

지난해 아쉬움은 가슴에 남겨두되, 올해는 새로운 기분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모두가 강백호에 주목하고, 또 배제성에 주목했고, 이제는 소형준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김민은 조용히 칼을 간다. 김민은 "지금 당장 경기에 나서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더 이상 죄책감이라는 아픈 느낌을 받기는 싫다.

“다른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서 괜찮다”고 껄껄 웃는 김민은 “작년에 내가 했던 걸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올해는 더 알아봐주시고, 더 응원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가을야구에 가면 내 이름도 조금은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주목을 받고 있는지 자신만 모르는 이 차세대 에이스가 더 단단한 마음가짐과 함께 앞을 내다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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