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퓨처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최근 만난 장원삼은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나이도 꽉 찬 나를 뭐하러 인터뷰하려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생각해보니 지난해 LG 트윈스 시절처럼 올해 역시 국내 2군 스프링캠프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사실 따뜻한 나라에서 훈련을 소화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씁쓸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지금 내 상황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저 묵묵히 준비할 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원삼은 한때 KBO리그를 대표했던 좌완 선발이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하며 12승을 올렸고, 이후 꾸준한 성적을 이어갔다. 또 2010년 삼성 라이온즈 이적 후에는 수차례 정상 등극을 이끈 우승 공신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영원한 영광은 없었다. 2018년 말 삼성에서 방출된 장원삼은 어렵사리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지만, 지난해 8경기 무승 2패 평균자첵점 7.9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써낸 뒤 다시 짐을 싸서 나왔다.장원삼은 “사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뒤 ‘나를 불러줄 구단이 있을까’라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9월 성민규 단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10월 2군 경기가 있던 마산구장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사실 까마득한 후배들도 많던 자리라 남부끄럽기는 했다. 그래도 구단에서 좋게 봐주셔서 새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어렵사리 롯데 유니폼을 입은 37살 장원삼은 다행히 송승준(40)과 이대호(38) 등 든든한 선배들이 있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대 시절 함께했던 손승락(38)의 부재는 아쉽기만 하다.
장원삼은 “신인으로 입단한 2006년 (손)승락이 형을 처음 만났다. 그러다가 형이 2008년 입대하고, 나는 2010년 삼성으로 이적해 한솥밥을 먹지 못하게 됐다. 올겨울 롯데로 오면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형이 은퇴를 하고 말았다. 아직 따로 연락은 하지 못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장원삼은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는 ‘121승 투수’ 장원삼은 “연봉, 성적 모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2군이면 어떻고, 테스트를 받고 들어오면 또 어떤가. 그저 나를 받아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면서 15번째 시즌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