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롯데 김상호. ⓒ김해,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이제 정말, 실전 그라운드로 복귀합니다.”

실전 컴백을 앞둔 ‘의지의 사나이’ 김상호(31·롯데 자이언츠)는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십수 년 넘도록 당연하게 여겼던 유니폼과 배트, 글러브가 새롭게 느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2년 전, 예기치 못한 병마로 잠시 질주를 멈췄던 김상호가 다시 달린다. 롯데의 퓨처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최근 만난 김상호는 “그간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부산 야구팬들 앞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2년 데뷔 후 알짜배기 1루수로 활약했던 김상호는 2018년 5월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친 뒤 잠을 청하던 숙소에서 이상 증세를 느꼈다. 동료들이 먼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경련이 찾아온 것이다. 급하게 들른 병원에서 받은 검진 결과는 뇌종양. 이제 막 기량을 만개하려던 스물아홉 내야수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비보였다.

믿기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김상호는 곧장 제주도로 내려가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하늘이 야속했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상호는 지난해 6월 재활군으로 합류하며 다시 달릴 채비를 갖췄다. 물론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항암치료를 병행하느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고, 감각 역시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실전 복귀 없이 지난해 시즌을 마친 이유다.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다. 마지막 실전이 2018년 5월 25일이었으니 거의 2년간 경기를 뛰지 못한 상태다. 야구를 시작한 뒤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주위 동료들이 ‘너라면 충분히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해줘서인지 차근차근 감각을 되찾고 있다.”

▲ 롯데 김상호. ⓒ곽혜미 기자
김상호는 올겨울 여느 선수들처럼 부산과 김해를 오가며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현재 롯데 2군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훈련을 진행 중인데, 김상호는 구단의 배려로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상호는 “완치 판정까지는 약 10년이 걸린다. 이때까지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더라. 다행히 구단의 배려로 따로 시간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급격하게 줄어든 체중이 다행히 많이 회복됐다. 몸상태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고 밝게 웃었다.

인터뷰 중간에는 특유의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주위에서 끼니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일단 아침과 점심은 상동구장에서 먹고 있다. 저녁은 밖에서 혼자 해결하거나 동료들과 먹곤 한다. 사실 집에는 전기밥솥도 없다.”

김상호의 올해 목표는 1군 복귀다. 단순히 1군 경기를 뛰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간 동료와 팬들로부터 받은 응원과 격려를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김상호는 “사직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2017년 9월 26일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홈 그라운드를 언제 다시 밟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빨리 앞당기고 싶다.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팬들께 인사드릴 수 있도록 올 시즌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