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효은 영상 기자] '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41)가 떠났다. 불의의 헬기 추락사고로 41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전 세계 농구 팬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코비는 어떤 인물이고, 얼마나 큰 업적을 남긴 선수길래 이렇게 많은 이가 애도를 표하는 걸까.

코비를 떠나보내며,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두 편으로 나눴다.

◆숫자가 가리키는 레전드…"누적 기록만 훑어도"

코비는 마이클 조던(57)과 함께 역대 가장 뛰어난 슈팅가드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이룩한 통산 기록만 훑어도 알 수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우승을 다섯 번이나 차지했다. 파이널 MVP 2회, 정규 시즌 MVP에 한 번 선정됐다.

올스타전 무대를 18번이나 밟은 ‘팬들이 사랑한 선수’였고 이 가운데 4번은 MVP에 뽑혔다. 별중의 별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강렬했다. 1997년 올스타전에선 덩크슛 콘테스트 챔피언에 올랐다. 강렬한 레그 스루 덩크로 전 세계에 자기 이름을 선명히 심었다.

허언이 아니다. 코비는 이 덩크 하나로 단숨에 NBA 대표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훗날 ESPN 잭 로위 기자는 "(1997년 덩크 콘테스트는) 코비가 포스트 조던 시대 선두주자로 우뚝 선 무대"라고 촌평했다.

코비가 올-NBA 퍼스트팀에 이름을 올린 횟수는 무려 11회. 득점왕 2회 수상은 덤이다.

통산 33,643점을 넣었다. LA 레이커스 구단 역대 1위, 리그 역대 4위에 해당하는 대기록.

2006년 1월 22일 역사를 썼다. 토론토 랩터스를 제물로 한 경기 81점을 쓸어 담았다. 이 부문 윌트 체임벌린(10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국제 무대에선 약했을까. 천만의 말씀. 펄펄 날았다.

코비는 미국 남자농구 국가 대표로 올림픽에 두 차례 나서 모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종목 불문 진리다. 커리어 정점은 조던의 통산 득점 기록을 넘어설 때였다.

2014년 12월 14일. 코비는 이 날을 잊지 못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타깃 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원정 경기서 26점을 몰아쳤다. 팀 100-94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서 조던을 제쳤다. 통산 득점 3위로 올라섰다(훗날 르브론 제임스가 추월).

머리를 빡빡 깎고 커리어 첫발을 뗐던 18살 젊은이는 시간이 흘러 데뷔 18년째. NBA 역사 한 획을 그었다. 특히 공격수 최중요 평가 지표인 득점에서 조던을 넘어선 건 상징적이었다.

데뷔부터 ‘조던 아류’ 꼬리표를 달던 코비다. 그래서 그에게, 2014년 겨울은 특별했다.

코비는 통산 1,346경기에 나서 평균 25.0득점을 기록했다. 20년 동안 ‘원 클럽 맨’으로 뛰며 대기록을 썼다. 코비보다 정규 시즌 득점이 많은 선수는 단 3명. 카림 압둘-자바, 칼 말론, 르브론뿐이다.

◆줄 잇는 리스펙트…"코비는 마지막까지 코비다웠다"

2016년 4월 13일. 코비는 은퇴전을 치렀다. 마지막 48분도 그는 눈부셨다.

은퇴 경기 역대 최다 기록인 60점을 쓸어 담았다. 팀 역전승에 한몫했다. 코비는 마지막까지 코비다웠다.

코비를 향한 끊이지 않는 찬사는 그가 세계 농구사(史)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

케빈 듀란트(32, 브루클린 네츠)는 코비 은퇴를 앞두고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 코비는 내 우상이다. 그는 우리 세대 마이클 조던”이라고 말했다.

조던 역시 마찬가지. 레이커스 등번호 24번은 농구 황제가 “최고”라고 인정한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코비와 1대1로 붙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내 모든 농구 기술을 (매우 이른 시간 안에) 훔치는 영리한 도둑이기 때문이다."

농구계 밖도 비슷했다. 칭찬이 쏟아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 리오넬 메시 등이 코트를 떠나는 서른여덟 노장에게 특별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가세했다. 2015년 12월 코비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전설의 뒤안길을 배웅했다.

일회성이 아니었다. 백악관 초대 뒤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코비의 “맘바 아웃(Mamba out)” 코멘트를 패러디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2016년 5월 1일 임기 중 마지막 기자단 만찬 연설에서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오바마 아웃”이라고 말해 기분 좋은 웃음을 안겼다.

ESPN은 2016년 9월 “마이클 조던 이후 최고의 NBA 선수는 누구인가”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비는 이 조사에서 르브론과 팀 던컨, 스테픈 커리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앞서 한 달 전에도 ESPN은 “코비 등 번호였던 8번과 24번 가운데 어떤 숫자가 영구결번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팬들이 가장 많은 표를 던졌던 선택지는 ‘둘 다(Both)'였다.

시(市)도 나섰다. LA에서 코비는 종교다. 구도자에 가깝다.

LA 시의회는 2016년부터 해마다 8월 24일을 ‘코비 데이’로 지정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코비는 우리가 몸담은 분야에서 얼마나 노력해야 최고가 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 줬다. 농구로 LA 시민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인물“이라며 기념일 제정 이유를 밝혔다.

◆코비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열쇳말

‘화살’과 같은 삶을 살았다. 코비에게 과녁은 없었다. 그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가는 한 발의 화살이었다.

오늘의 나를 뛰어넘겠다는 단호한 결의. 코비는 21년 내내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스프린터였다.

이 모든 설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향상심(向上心)’이다. 코비는 향상심을 무기로 NBA라는 야전에서 자기만의 깃발을 꽂았다.

부드러운 슛 터치와 타이밍을 뺏는 스텝. 펌프 페이크와 정교한 풀업 점퍼. 이건 수면 위 현상이다. 

완벽한 기술 구사 너머에는 ‘영원한 농구 청년’ 코비의 향상심이 자리하고 있다.

등 번호가 2개인 이유도 그래서다. 투쟁 마인드가 낳은 산물이다. 코비는 14년 전 백넘버를 8번에서 24번으로 바꿨다.

무기력한 패배가 원인이었다. 2006년 피닉스 선즈와 플레이오프(PO) 1라운드에서 코비는 탈락 쓴잔을 마셨다.

그해 5월 6일 피닉스와 1라운드 7차전에서 레이커스는 90-121, 31점 차 대패를 당했다.

코비는 당시 24점 4리바운드 야투율 50%로 분전했다. 하나 충격적인 조기 탈락 탓에 고개를 숙인 채 아메리카웨스트아레나(당시 피닉스 홈구장 이름)를 빠져나가야 했다.

호사가들은 수군댔다. “샤킬 오닐 없는 ‘코비의 레이커스’로는 우승은 택도 없다"며 비아냥댔다.

코비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원점에서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장고 끝에 결심을 내렸다. 첫 답은 등번호 변경이었다.

“(백넘버를 24로 바꾼 건) 하루 24시간 내내 훈련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다. 또 공격제한시간 24초를 단 한 순간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에피소드는 또 있다. 향상심 투쟁심 애티튜드에 관해선 적어도 코비는 무결점이다.

2011-2012시즌. 코비는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2012년 3월 4일 마이애미 히트와 경기에서 코와 목을 다쳤다. 이후 의료진 권고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목은 경추신경이 지나는 곳. 경추는 운동성이 큰 부위다. 조금만 다쳐도 몸에 힘 주기가 어렵다.

하나 코비는 달랐다. 언제 다쳤냐는 듯 펄펄 날았다. 몸 상태는 그에게 중요 변수가 아니었다.

이 해 3월 6일 디트로이트전부터 3월 15일 미네소타전까지 7경기 동안 평균 29.6점을 쓸어 담았다.

4.9리바운드 4.6어시스트 1.4가로채기 3점슛 성공률은 36.0%(2.6개 성공).

이 기간 레이커스는 5연승을 달렸다. 언론도 인정했다. “마스크도 독침을 뱉는 블랙 맘바 입을 가리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위 두 사례는 빙산 일각이다. 코비가 지닌 승리욕 향상심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례는 이 밖에도 무궁무진하다.

많은 NBA 선수 지도자는 코비와 조던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움직임'을 꼽지 않는다. 둘 교집합으로 ‘투쟁심’을 언급한다.

특히 코비와 조던을 두루 겪은 사람들은 “마인드가 꼭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이 대표적.

"플레이스타일부터 조던이 지닌 암살자 마인드까지. 조던과 가장 흡사한 이를 꼽으라면 (코비는) 단연 첫손에 꼽힐 선수다."

시카고 불스와 레이커스 코치를 역임한 트라이앵글 오펜스 창시자 고(故) 텍스 윈터도 이 같은 농구인 중 한 명이다. 윈터는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코비와 조던을 두루 지도했다.

“어떤 상대,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지지 않겠다는 투쟁심은 절대 코비가 조던에 뒤지지 않는다. 마인드를 기준으로 한다면 두 선수는 동일선상에 있다.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2번으로 평가 받는 둘의 성공은 이러한 경쟁을 수용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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