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성민규 단장과 안치홍,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왼쪽부터)가 28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안치홍 입단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새 내야수 안치홍의 입단식이 열린 28일 롯데호텔부산 펄룸. 이달 초 2+2년 최대 56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던 안치홍은 이날 공식 입단식에서 구단의 환대를 받으며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그런데 이날 안치홍의 입단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바로 입단식 기자회견 테이블이었다. 안치홍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롯데 성민규 단장이, 오른쪽에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가 함께 자리한 것이다.

보기 드문 자리 배치였다. 대부분의 KBO리그 구단들이 진행하는 입단식의 경우 선수가 홀로 자리하거나 감독 혹은 단장이 함께 배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 롯데는 협상 과정에서 상대 파트너로 임했던 이예랑 대표의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문화가 익숙한 성민규 단장의 배려에서 비롯됐다. 성 단장은 “사실 메이저리그에선 에이전트가 입단식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이렇게 자리 배치를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성 단장의 설명대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진행하는 입단식은 보통 선수와 감독 혹은 단장 그리고 에이전트가 나란히 자리한다. 2013년 12월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과 지난해 12월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식에서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가 함께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 지난해 12월 류현진의 토론토 입단식 장면. 오른쪽은 토론토 로스 앳킨스 단장, 왼쪽은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이처럼 에이전트가 주인공 곁을 지키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에선 에이전트가 전면으로 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간 ‘숨은 조력자’ 정도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입단식에서 이예랑 대표가 자리하면서 KBO리그 풍토도 조금은 바뀌는 모양새를 띠게 됐다.

이번 입단식에서의 변화는 상대가 KBO리그의 거물 에이전트로 불리는 이예랑 대표였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현수와 박병호, 양의지 등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던 이 대표는 이번 안치홍과 롯데 사이의 협상에서 독특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프로야구에선 낯설게 통하던 바이아웃과 상호 옵션 조항이 포함된 2+2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크나큰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의 계약 트렌드를 새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리고 이날 안치홍의 입단식까지 함께하며 다시 한번 변화의 중심에 섰다.

입단식 직후 만난 이 대표도 변화의 움직임을 실감하는 눈치였다. 이 대표는 “몇몇 소속 선수들의 입단식으로 초대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나란히 앉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부담도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야구계에서도 에이전트를 통한 FA 계약과 연봉 협상을 일반적으로 여기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에이전트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면서 “사실 이 자리 배치는 현장을 와서야 알게 됐다. 부담이 컸지만 그래도 오늘 자리가 지니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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