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26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헹가래 투수가 된 배영수(왼쪽)가 김태형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려 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팀에 미치는 선수의 영향력이 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베테랑의 몫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화하면서 코치진의 뜻을 전달하는 조력자가 베테랑이라고 믿는다. 선수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두산은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꾸준히 다른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을 찾았다. 2017년 SK에서 방출된 우완 김승회를 연봉 1억 원에 데려왔고, 2019년에는 한화에서 방출된 좌완 권혁(연봉 2억 원)과 우완 배영수(연봉 1억 원)를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올해는 LG에서 방출된 포수 정상호를 연봉 7000만 원에 깜짝 영입했다. 

지금까지는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이었다. 구단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베테랑들의 풍부한 경험을 샀다. 경험은 고스란히 젊은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은퇴 위기에 놓였던 베테랑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준 구단에 보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전성기 때보다 더 굵은 땀을 흘렸다. 

▲ 올해는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 두산 베어스
김 감독은 베테랑의 경우 그라운드 밖의 가치까지 고려해 구단에 영입을 요청한다. 정상호는 LG에서 풀렸을 때 아무 구단도 손을 내밀지 않아 의아했다고. 김 감독은 SK에서 배터리 코치로 지낼 때 정상호와 인연을 맺었는데, 상대 팀 분석을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했다. 정상호의 풍부한 경기 경험이면, 박세혁과 이흥련, 장승현에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정상호는 당장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19살 신인 포수 장규빈의 조력자가 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기존 포수들이 개인 훈련을 하면서 장규빈까지 챙기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장규빈은 캠프에서 타격 훈련만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지만, 훈련할 때는 포수 조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정상호가 신인에게 사실상 '플레잉 코치' 노릇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캠프에서는 배영수와 우완 이영하가 훈련 파트너로 늘 함께했다. 이영하는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배영수는 "이영하랑 함께 있으면 구속이 오를까 싶어서 그렇다"고 말하며 멋쩍어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영하는 17승 투수로 성장했다.

배영수는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추천을 받아 영입했는데, '젊은 선수들을 잘 끌고 간다'는 현장 평이 결정적이었다. 배영수는 더그아웃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수시로 물음을 던지고, 자주 밥도 사주며 '좋은 형'으로 다가갔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통합 우승을 확정한 헹가래 투수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홀가분하게 유니폼을 벗었고, 김 감독은 "1년 동안 100% 이상을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배영수는 올해부터 두산 2군 투수 보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 배영수 두산 2군 투수 코치가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투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두산 베어스
김승회와 권혁은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둘을 영입할 당시 "아직 공에 힘이 있다"고 평했다. 김승회는 지난해 58⅔이닝, 2018년 54⅔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에서 큰 힘을 보탰다. 권혁은 두산의 왼손 불펜 갈증을 해소해줬다. 지난해는 팀과 함께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몸을 착실히 만들어 풀 시즌을 뛰겠다는 각오다. 

두산을 대표하는 단어는 '화수분'이다. 그만큼 KBO리그에서 육성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팀이고,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팀이다. 그런 팀에서 꾸준히 베테랑을 영입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육성으로 연결된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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