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리 워커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명예의 전당 입회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캐나다인으로서 힘든 결정이었다.”

두 가지 모자를 놓고 고민했던 전설의 선택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보랏빛 모자였다.

198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데뷔해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은퇴한 래리 워커(54·캐나다)는 22일(한국시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전체 397표 중 304표를 받아 명예의 전당으로 헌액됐다. 2001년 첫 도전 이후 마지막 기회였던 올해 76.6%의 득표율을 기록해 커트라인인 75%를 넘겼다.

입회가 결정되면서 야구계의 관심은 워커가 7월 공식 헌액식에서 어떤 모자를 쓰느냐로 쏠렸다. 명예의 전당은 선수가 명판에 새길 자신의 모습을 택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때 고를 수 있는 모자는 딱 하나다. 여러 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8년을 뛰었던 랜디 존슨은 2015년 명예의 전당으로 헌액되면서 고민 끝에 애리조나 모자를 택한 바 있다.

1989년 몬트리올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워커는 1995년 콜로라도로 이적해 활약하다가 2004년 도중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뒤 이듬해 은퇴했다.

커리어의 중심은 단연 콜로라도 시절이다. 1997년 내셔널리그 MVP를 포함해 1998~1999년 내셔널리그 타격왕 2연패 그리고 다시 2001년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전성기를 내달렸다.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문 곳 역시 콜로라도다.

▲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의 래리 워커.
워커는 23일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콜로라도 모자를 쓰고 명예의 전당 입회식을 치르기로 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캐나다인으로서 힘든 결정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퍼지 젠킨스의 뒤를 이어 캐나다인으로는 역대 두 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워커의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지금은 사라진 몬트리올 엑스포스는 여전히 캐나다인들에게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 구단으로 남아있다. 캐나다 언론들 역시 이번 명예의 전당 투표 소식을 전하면서 워커의 입회를 크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커는 역대 명예의 전당 최초로 콜로라도 모자를 쓴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편 콜로라도 구단은 18일 워커가 달던 3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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