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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인사이드] 롯데와 안치홍이 날린 펀치… FA 재자격 기한 폐지 시발점

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2020년 01월 17일 금요일
▲ 안치홍과 롯데는 2+2년 계약이 상호 옵션을 넣는 특이한 형태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제도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프리에이전트(FA) 타자 이성열은 16일 원 소속팀인 한화와 2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3억 원, 2년 연봉이 9억 원으로 보장 금액은 총 12억 원이다. 여기에 인센티브가 2억 원 있다. 2년 최대 14억 원 계약이다.

그런데 한화의 보도자료에는 다소 특이하면서도 익숙한 설명이 있다. 한화는 “이번 계약에는 2년 계약 종료 후 이성열에 대한 계약 연장 권한을 구단이 갖도록 했고,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선수는 자유계약 신분을 갖도록 하는 부가 조건도 함께 명시됐다”면서 “이 조항에 따라 이성열이 2시즌 뒤인 2022 시즌 구단과 계약을 연장하게 되면 연봉 4억 원에 옵션 2억 원 등 최대 6억 원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2년 계약이 끝난 뒤 한화가 이성열을 원한다면 최대 6억 원을 더 주고 1년을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기 쉽게 표현하면 2+1년 20억 원의 계약이다. 여기에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겠다고 했다. 앞서 롯데와 2+2년 최대 56억 원에 계약한 안치홍과 흡사한 조항이다. 정황상 이성열과 한화가 안치홍 계약을 눈여겨봤을 가능성이 크다. 

굳건한 재자격 장벽… 우회하기 시작한 선수들

사실 2+2 옵션 계약이 KBO리그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2006년 시즌을 앞두고 SK와 FA 계약을 했던 박재홍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기억해낸다. 당시 박재홍은 2+2년 총액 30억 원에 사인했다. 우선 앞선 2년 총액 15억 원을 받고, 박재홍이 구단이 설정한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하면 2년 15억 원을 더 받는 계약이었다. 유사한 사례는 14년 전에도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은 2년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겠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안치홍은 2년 뒤 롯데가 원하지 않을 경우 1억 원의 바이아웃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된다. 혹은 구단이 원해도 선수가 시장행을 택할 수 있다.

규정상 다년계약은 안 된다. 하지만 계약금은 받을 수 있고, FA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보상규정도 없다. 신분이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FA는 아니지만 사실상 FA처럼 돈을 벌 수 있다. 여기에 어디서든 2년 더 건강하게 뛰면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외국인 선수 계약에나 볼 수 있는, 롯데와 안치홍 측의 묘수였다.

▲ 한화는 2년 뒤 이성열의 1년 옵션 실행을 결정할 수 있다.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성열은 자유로운 신분이 된다 ⓒ한화이글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 놀란 방식이었다.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FA 제도의 한 가지 장벽을 우회했다는 평가였다. 바로 재자격 취득 기한이다. 현행 규정상 한 번 FA 자격을 행사한 선수는 4년을 더 뛰어야(등록일수 충족시)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구단에 유리한 대표적인 FA 조항이다. 

그러나 안치홍의 2+2년 계약은 이를 돌아간다. 2년 뒤 시장에 나온 안치홍은 보상규정이 없어 FA보다 더 편하게 팀을 옮길 수 있다. 활약이 좋으면 계약금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물론 모험을 동반하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재자격 장벽을 피해간 것이다.

안치홍의 계약 이후 “이런 식의 계약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고 이성열이 비슷한 계약을 맺으면서 이는 현실이 됐다. 롯데에 이어 한화도 이 방식을 수용했다. 앞으로는 또 다른 방식의 우회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재자격 4년 장벽은 조금씩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4년 보류권 형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며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은 난색… 폐지에 방점 찍은 논의 시작해야

결과적으로 재자격 기한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린다. 프로야구 선수협에서 꾸준하게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자격 기간이 없다면 선수들로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직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을 경우 메이저리그(MLB)처럼 ‘1년 계약’으로 재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들도 대찬성이다. 계약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은 항상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판 여론을 인식하면서도 요지부동이다. 이번 FA 제도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현재 인식을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등급제까지 곧 시행되면서 실타래가 더 꼬였다는 시각도 있다.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등급제와 FA 재자격 기한을 한꺼번에 놓고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재자격 기한을 철폐하려면 등급제를 다시 뜯어고쳐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 FA 등급제 실시로 제도 개선을 이룬 KBO는 계속된 논의를 통해 제도를 다듬어가야 한다 ⓒ한희재 기자
또 구단으로서는 4년 재자격 기한이 있을 때보다 선수단 관리에 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철폐하기에는 선수 풀도 MLB와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현행 FA 계약에는 계약금 비중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구단 단장은 “계약금 비중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선수들이 선호하는 형태다. 선수들의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구단도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계약 형태가 많아지면 반대로 시장에는 매물이 많아질 공산이 크다. 필요할 때 즉시전력을 영입할 수도 있고 공급이 많아지면 몸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선수와 에이전트와 마찬가지로 구단 또한 계약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서로의 두뇌 싸움이 서로를 만족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재자격 요건이 철폐되면 계약금 비중이 자연스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면, 이제는 ‘언젠간 폐지’에 방점을 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론을 논의할 때가 됐다. 퀄리파잉오퍼, 보상규정, 계약금 규정 등 여러 안을 놓고 구단과 선수의 이익이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FA 제도 개선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활발한 전력 이동은 중장기적으로 모든 구단과 리그 산업 전반에 이득이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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