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건욱은 2020년 SK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뽑힌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인천에서 강화에 가는 길은 멀고도, 또 심심했다. 왕복 4시간에 가깝게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이건욱(25·SK)은 “운동보다 운전이 더 힘들었다”고 웃었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 이건욱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누가 봐도 야구에 매달리고 있었다. 일과를 마치면 어김없이 강화SK퓨처스파크로 향했다. 밤 늦게까지 2시간에서 2시간 반씩을 운동하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과였다. 힘들었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정말 성실하게 훈련을 했다. 주말에도 매일 나왔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가까운 인천 연고 고등학교를 찾아 훈련을 했다.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자신의 지금까지 프로생활을 담담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산고 출신으로 2014년 SK의 1차 지명을 받은 이건욱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심었던 이건욱은 모든SK 팬들의 기대주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추어 최대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은 탓에 1군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바다를 건너며, 신호대기하며, 자연히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이건욱은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프로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건욱은 재활 완료 후에는 발목 부상을 당해 결장이 길었다. 이건욱은 “6년차인데, 정작 제대로 뛰었던 시기는 2년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2년은 몸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건욱은 “사실 야구를 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2년은 정말 웨이트를 많이 했다. 다른 목적이 아니었다. 안 다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2년의 단련은 이건욱의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픈 곳이 없다”고 자신하는 이건욱이다. 구속은 이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겨울에 돌입해 투구를 중단하기 직전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다.

공익근무로 시간을 보내 당분간은 적응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런 상승세는 극적인 1군 전지훈련 참가로 이어졌다. 이건욱의 현재 몸 상태, 그리고 구단의 기대치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몸이 아프며 짜증만 쌓였던 마음도 밝아졌다. 표정도 좋아졌다. 이건욱은 “아예 감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아예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그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건욱의 잠재력이야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인정한다. 구속도 비교적 잘 나오는 편이고, 구종도 다양하다.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에 흔히 말하는 ‘에이스 기질’도 있다. 그냥 만들어지는 재능이 아니다. 김 코치는 “바깥쪽을 잘 던지고, 싸움닭 기질도 있다”고 부연하면서 “사실 마운드에 처음 올라갈 때는 누구나 긴장을 한다. 지금까지 그랬는데, 기회를 받아 꾸준히 뛴다면 충분히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건욱도 이제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뭉쳤다. 거창한 목표가 아닌, 올해는 1군 진입을 목표로 달린다. 이건욱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지만, 2년간 쉬며 힘이 있을 테니 이 페이스를 계속 이어 갈 생각”이라면서 “지금까지 1군 전지훈련에 두 번 갔는데 모두 아파서 일주일을 못 버티고 왔다. 욕심이야 있지만, 1군 캠프 완주가 첫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누구나 걱정하는 SK 마운드에, 히든카드 하나가 출발점에 섰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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