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와 FA 계약을 맺은 김선빈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빅4’가 모두 계약을 마치면서 2020년 FA 시장의 전체 윤곽도 대부분 드러났다. 오지환(LG)의 계약, 안치홍(롯데)의 이적 효과가 김선빈(KIA)을 위너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IA는 14일 김선빈과 4년 총액 4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16억 원, 연봉 총액 18억 원, 그리고 인센티브 6억 원 구성이다. 보장 금액은 4년간 36억 원이다. 이는 오지환(LG)에 이어 이번 FA 시장 2위 기록이다.

적절한 대우를 받았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도 가능하지만, 사실 김선빈과 계약도 난항에 가까웠다. 다른 팀과 ‘금액 레이스’를 극도로 경계한 KIA는 지난해 연말까지도 확실한 계약 조건을 전달하지 않았다. 김선빈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해 많은 루머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KIA는 김선빈의 계약 기준선으로 4년 30억 원 정도를 생각했다는 게 야구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김선빈의 최종 금액이 10억 원 가까이 뛰어 올랐다.

우선 비슷한 포지션과 나이로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오지환의 계약이었다. 오지환은 원 소속팀 LG와 줄다리기를 한 끝에 4년 40억 원에 계약했다. 오지환은 계약이 길어지고 여론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자 LG에 ‘백지위임’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LG는 이런 오지환의 기를 꺾지 않고 40억 원을 모두 보장하며 화답했다. 

김선빈과 오지환은 같은 유격수이기는 하지만 특징은 조금 다르다. 김선빈이 조금 더 정교한 타격을 장기로 한다면, 오지환은 수비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쪽이 확실하게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선빈에게는 ‘40억 원’이라는 기준선이 생긴 셈이다. KIA의 첫 제시안에 시원하게 도장을 찍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안치홍의 이적은 김선빈의 계약 총액을 올리는 결정타가 됐다. KIA는 김선빈과 마찬가지로 안치홍과 테이블도 다소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안치홍이 롯데와 2+2년 계약을 맺으면서 KIA의 발에 불이 떨어졌다. KIA와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안치홍은 뮤추얼 옵션이라는 묘안을 짜내며 2+2년 최대 56억 원에 합의했다. 

사실 안치홍도 2년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바이아웃 1억 원을 포함해 2년간 21억 원이었다. 그러나 총액을 보고 모험을 걸었다. 반대로 KIA는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력은 물론 여론도 등을 돌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은 김선빈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KIA는 준비한 자금을 김선빈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결국 KIA의 최종 제시액은 당초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던 김선빈도 13일 저녁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FA 시장의 ‘빅4'는 오지환 안치홍 김선빈, 그리고 외야수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롯데와 4년 34억 원(보장 32억 원)에 계약했다. “네 선수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계약 총액이 적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선빈이 오히려 더 높거나 뒤지지 않는 수준의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시장이 계산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 생물처럼 움직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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