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범의 프리킥 득점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유현태 기자] 답답한 경기에서 숨통을 틔운 것은 황인범의 오른발이었다.

한국은 11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홍콩과 첫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대회가 아니다. 대표팀 차출 의무가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와 정우영, 남태희(이상 알사드) 등 서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 새 얼굴들이 대거 합류, 새롭게 발을 맞추고 있었다.

홍콩전 선발 명단에서 김민재(베이징 궈안), 권경원(전북 현대),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나상호(FC도쿄) 정도가 파울루 벤투 감독의 꾸준한 선택을 받았을 뿐이다. 중원에서 공격의 키를 잡은 것도 황인범이었다. 좌우로 공격 방향을 설정하면서 손준호와 함께 공격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다. 서로 발이 맞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에만 점유율을 84%까지 올리면서 틈을 엿봤다.

수비 임무도 잘 수행했다. 홍콩은 사실상 필드플레이어 전체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왔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을 노리려는 의도였다. 황인범의 역할은 중원 후방에서 패스의 시발점인 동시에 수비를 가장 먼저 해야 하는 '1차 저지선'이었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면서 폭넓은 활동폭으로 한국의 중원을 메웠다.

답답하게 풀리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 역시 황인범이었다. 전반 20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답답한 흐름을 바꿨다. 후반 첫 슈팅 역시 황인범의 몫이었다. 전진 패스를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공격의 시발점이 됐고 후반 5분에는 손준호가 내준 볼을 김보경이 흘리자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대를 살짝 빗나간 것이 '옥에 티'였다.

전담 키커로서의 능력도 빛났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득점에 성공했다. 아크 정면에서 절묘한 프리킥으로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킥의 속도는 느린 편이었지만 골대를 맞고 안쪽으로 들어올 정도로 코스가 절묘했다. 후반 24분, 25분 연이어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민재와 권경원의 슈팅에 기여했다. 37분 김보경의 머리를 거쳐 나상호의 추가 골로 연결되는 코너킥 역시 황인범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주기에는 어려운 경기 내용이었지만, 그나마 황인범은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며 제 몫을 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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