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재활을 완벽하게 마친 조영우는 2020년 1군의 벽을 깨뜨리는 것에 도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분명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러나 1군은 달랐다. 조영우(24·SK)는 “놓치지 않더라”고 떠올렸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1군의 벽을 뚜렷하게 확인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을지 모른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올랐지만 7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8.03으로 좋지 않았다. 7경기 중 5경기에서 실점을 했다. 조영우는 “재활을 마치고 2경기를 던진 뒤 1군에 바로 올라갔다.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조영우는 오히려 웃었다.

벽을 느끼기는 했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조영우는 올해가 복귀 시즌이었다. 재활은 잘 됐고, 예상보다 빨리 마운드에 올라 예상보다 빨리 1군에 올라갔다. 조영우는 “재활이 끝나는 시즌이었다. 잘하려는 것보다는 한 시즌을 아프지 않고 풀로 뛰고 싶었는데 아프지 않았던 것에 만족한다”면서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재활군에 내려가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의미가 있었다”고 의의를 뒀다.

몸 상태에 대한 자신은 얻었다. 2군에서의 자신감도 얻었다. 조영우는 2군 12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88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짧은 1군 경험 속에 보완해야 할 점도 확실하게 찾았다. 호주 캔버라 캠프에서는 투구폼도 일부분 수정했다. 조영우는 “귀에서 한뼘 정도 내렸다. 던지면서 포인트를 찾는 과정이었다. 가장 힘을 쓸 수 있는 포지션이 된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조영우는 “2020년을 위한 2019년”이라고 총평한다. “아프지 않으면 해볼 만한 것 같았다”고 했다. 1군의 벽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빨리 깨뜨리려는 의지로 뭉쳤다. 그러기 위해 급선무로 뽑는 과제는 역시 제구다. 조영우는 파이어볼러 스타일은 아니다. 조영우는 “제1구종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제구가 필요하다. 때로는 스트라이크를, 때로는 유인구를 원바운드로 던질 수도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호주 캠프에서는 최대한 많이 던졌다. “어차피 캠프가 끝나면 투구를 쉬니 많이 던지고 가려고 했다”고 웃는 조영우는 “던지다보니 느낌이 좋았다”고 기대를 걸었다. 단순히 많이 던진 것만이 아닌, 다리를 드는 동작과 몸이 넘어가는 동작의 느낌을 최대한 확인하며 머릿속에 넣었다. 한편으로는 포크볼 그립도 두 가지를 잡아보며 결정구 연마에도 공을 들였다. 진척이 좋다면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 투심식으로 폭이 큰 포크볼 모두를 선보일 수 있다.

SK 마운드가 김광현의 미국 도전으로 불가피하게 개편됨에 따라 조영우를 비롯한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조영우는 “준비를 잘해서 기회를 맞이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1군의 벽에 주눅이 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자신감이 내년 성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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