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삼성동, 고유라 기자] "저희는 기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분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순간 마지막으로 떠올린 이름.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1)는 9일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소감 말하면서 떨린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지막까지 빼놓지 않고 말한 이름이 있었다.

바로 지난달 23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김성훈. 동갑내기 친구기도 하고 똑같이 야구인 아버지(이종범 LG 코치·김민호 KIA 코치)를 두고 있어 공통점도 많았던 두 선수는 친하게 지냈다. 이정후는 김성훈이 세상을 떠난 뒤 SNS를 통해 슬픈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이정후는 김성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친구들)는 성훈이를 기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분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 있지 않나. 친구들도 큰 무대에서 상을 받으면 성훈이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나온 소감이었다. 그는 "무겁게 이야기하면 축제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시상식장에서는 영광을 나누겠다고만 짧게 이야기했다"며 "많은 친구들이 성훈이 몫까지 열심히 할테니 성훈이는 그곳(하늘)에서 편히 쉬면서 봐줬으면 좋겠다. 거기서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열심히 야구 하겠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갑자기 받아든 슬픈 소식. 이정후는 슬픈 감정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친구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그를 추모하는 방법을 택했다. 故 이두환의 이니셜을 항상 모자에 새기고 마음으로 함께 하는 양현종(KIA)처럼, 이정후도 친구 대신 야구계에서 더욱 놀라운 활약을 펼쳐 나갈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삼성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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