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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무리뉴의 손흥민 활용…'윙백+윙어' 2인분 시켰다

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2019년 12월 01일 일요일
▲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전술에 2인분 몫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판 토트넘 홋스퍼의 황태자는 델레 알리지만, 전술적 열쇠는 손흥민(27)이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에게 종전 윙어 역할과 더불어 윙백 역할까지 주문하고 있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이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지 시간 11월 30일, 본머스와 2019-20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에 손흥민은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6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특급 도우미 케빈 더브라위너(9도움)에 이어 시즌 도움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본머스와 경기에서 그보다 인상적인 손흥민의 개인 기록은 태클 시도 및 성공이 6회로 경기에 뛴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뒤 4-2-3-1 포메이션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종 수비 라인을 비대칭 스리백으로 변형한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라이트백 세르주 오리에를 높이 올려 공격에 집중하게 하고, 레프트백 포지션의 선수를 두 센터백과 동일 선상으로 내려 수비 안정성을 높였다.

▲ 본머스전 손흥민의 전술적 위치 ⓒ김종래 디자이너


◆ 비대칭 스리백 유지하는 무리뉴, 손흥민을 윙백+윙어로 쓰다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리그 13라운드 경기에 벤 데이비스, 올림피아코스와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5차전 경기에 대니 로즈를 레프트백이자 왼쪽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본머스와 리그 14라운드에는 센터백 얀 페르통언이 자리했다. 아예 스리백에 가깝에 운영했다.

무리뉴 감독의 비대칭 스리백 전술의 중심에 왼쪽 측면 공격수 손흥민이 있다. 놀라운 속도와 체력에 수비 가담 능력을 갖춘 손흥민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이 전술은 측면 수비에 큰 허점을 드러냈을 것이다. 손흥민은 풀백보다 센터백에 가까운 페르통언이 뛴 본머스전에 측면 수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위치에 서서 본머스의 우측 공격을 제어했다.

손흥민은 수비 상황에 적극 따라붙으며 무려 6개의 태클을 성공했고, 걷어내기도 한 차례 기록했다. 전반 3분 본머스 라이트백 잭 스테이시의 전진을 빠르게 달려들어 차단한 장면, 전반 37분 라이언 프레이저와 일대일로 마주한 상황에서 영리하게 공만 따낸 수비 장면은 백미였다. 손흥민은 교체 아웃된 87분까지 파울이나 경고없이 토트넘의 측면을 완벽하게 지켰다. 

손흥민의 수비 영향력은 토트넘이 손흥민이 교체아웃된 이후엔 후반 추가 시간에 왼쪽 수비 지역에 공백이 생겨 해리 윌슨에게 만회골을 허용한 장면에서 드러났다. 손흥민 대신 투입된 조반니 로셀소, 알리가 빠진 자리를 채운 해리 윙크스는 스리백 앞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 왼쪽 측면 수비와 공격 모두 손흥민이 담당했다. ⓒ연합뉴스/로이터


◆ 공 없을 때도 월드 클래스, 전술적 2인분한 손흥민

어린 시절부터 폭발적인 스피드와 양발을 통한 슈팅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 손흥민은 공이 없을 때 영향력이 적다는 점을 숙제로 지적 받았다. 본머스와 경기에서 손흥민은 공이 없을 때 더 빛났다. 페르통언 앞 영역을 적시에 커버하며 수비한 것은 물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빠르게 공격 지역으로 달려들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거나, 돌파를 통해 직접 허물고, 결정적인 패스로 동료의 슈팅을 끌어냈다.

손흥민은 공격적으로 4개의 키 패스를 기록해 이 부문에서도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최다 기록을 남겼다. 이 중 두 개의 패스는 어시스트로 연결됐다. 어시스트는 사실 공을 받은 선수의 슈팅이나 돌파 등 득점자의 지분이 높은 경우도 많다. 손흥민이 이날 기록한 두 개의 어시스트는 순도와 비중이 높았다. 

전반 21분 델레 알리의 선제골은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수비진에서 본머스 수비 베후로 길게 때링 롱패스가 기점이다. 왼쪽 측면에서 뒤로 쳐져 있던 손흥민이 이 공의 낙하지점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갔다. 본머스 수비가 견제하러 다가오자 손흥민은 이 공을 잡거나, 바로 슈팅하는 대신 옆에서 따라 들어온 알리에게 논스톱 패스로 내줬다. 손흥민은 공의 낙하지점을 확인하고 달려가면서 알리가 뛰어들어오는 것도 파악했다. 계산된 어시스트였다.

이 선제골이 경기 초반 단단한 수비에 이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토트넘을 위협하던 본머스의 기세르 꺾었다. 알데르베이럴트의 롱패스도, 알리의 마무리도 손흥민의 질주와 패스가 아니었다면 빛날 수 없었다. 토트넘은 후반 5분에는 알데르베이럴트의 롱패스에 이은 알리의 문전 기술로 한 골을 더 넣었다.

▲ 알리의 선제골은 손흥민없이 나올 수 없었다. ⓒ연합뉴스/AFP


◆ 경이로운 스프린트, 환상적인 왼발 크로스 'PL 도움 2위' 손흥민

손흥민은 후반 14분에도 역습 상황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왼쪽 측면에서 기본 위치가 낮았음에도 놀라운 스프린트 능력을 통해 왼쪽 측면 전망으로 튀어 들어가며 침투 패스를 받았다. 속도와 타이밍을 살리기 위해 왼발로 문전 우측을 향해 크로스를 보냈고, 무사 시소코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3-0으로 달아나는 골이었으나 무리뉴 감독 체제 들어 후반 실점이 늘어난 토트넘은, 결국 이 골로 승리할 수 있었다. 

손흥민의 도움은 모두 경기에 가장 결정적인 골로 연결됐다. 양발 슈팅이 장점으로 꼽히던 손흥민은 양발 크로스도 그의 무기라는 것을 알렸다. 손흥민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이 그의 패턴을 예측하기 더 어렵게 됐다. 왼쪽에서 공을 잡았을 때 꺾고 들어오면서 슈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대로 핀포인트 크로스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은 수비수의 머릿 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안정된 측면 수비와 예리한 오버래핑은 공격적인 왼쪽 윙백의 임무로 볼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왼쪽 측면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득점력을 극대화한 것뿐 아니라, 왼쪽 풀백 마르셀루의 잠재력도 폭발시켰다. 마르셀루는 무리뉴 감독 부임 전 수비에 약점이 있는 공격력 좋은 레프트백으로 평가됐다.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측면 수비력이 발전했고, 그와 더불어 호날두와 근거리에서 콤비 네이션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적 장점도 잃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라이트백 자리의 세르주 오리에를 전진시키고,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더 안으로 좁힌 뒤 델레 알리를 왼쪽 하프스페이스에 배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손흥민이 조금 뒤로 내려가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사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왼쪽 측면을 차지하고, 알리와 근거리에서 호흡하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패턴을 활용하고 있다. 때로 알리가 측면으로 빠찌고, 손흥민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올림피아코스전에는 이런 교차 움직임을 통해 골이 나오기도 했다. 

▲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이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연합뉴스/로이터


◆ 호날두 아닌 마르셀루처럼, 전술적 영역 확장된 손흥민

무리뉴 감독은 전술적 장점이 많은 손흥민을 레알 시절 호날두처럼 득점 상황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윙어와 윙백의 임무까지 주면서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 2인분 이상을 시키고 있다. 주는 임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한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레알 시절 호날두가 보인 플레이, 레프트백 마르셀루가 보인 플레이를 모두 해내고 있다. 질주하며 전진하거나, 측면 지역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 빌드업의 기점이 되고 있다. 호날두와 근거리 콤비네이션은 알리와 근거리 조합이 유사성을 보인다. 손흥민은 최전방에도, 측면에도, 중앙에도 설 수 있는 선수다. 포체티노 감독도 윙백으로 기용한 적이 있었는데 한계를 보였다. 무리뉴 감독 체제에선 이 마저도 성공적이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에게 왼쪽 측면 공격과 수비 전술의 중책을 맡기는 이유는 현 스쿼드 안에서 충분한 수비력과 역동성, 전술 이해력을 겸비한 레프트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벤 데이비스는 속력에서, 로즈는 수비력과 빌드업에서 각각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무리뉴 감독은 비대칭 스리백으로 수비 및 빌드업의 허점을 상쇄하면서 손흥민을 통해 측면 화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커지는 전술이라는 점에서 시즌 내내 지속하기는 어렵다.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전에 이어 본머스전에도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손흥민은 진하게 안아주고 격려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손흥민의 득점이 없었던 것에 대해 "그런 아름다운 크로스는 0.5골은 된다"고 칭찬했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공격형 미드필더 델레 알리의 창조성과 득점력을 극대화하면서, 해리 케인 뒤의 2선 공격수들의 역할을 조정한 것이다. 전술적으로 희생하고 있는 것은 손흥민만이 아니다. 최전방 공격수 케인도 알리와 손흥민이 비워둔 위치를 전술적으로 커버하며 부지런히 뛰었다.

▲ 체력 부담이 큰 경기를 하면서 손흥민은 마무리 과정에 힘이 빠졌다. ⓒ연합뉴스/EPA


◆ 손흥민 체력 부담 큰 현재 전술, 전술적 로테이션 있을 것

무리뉴 감독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시소코를 배치한 점은 향후 선수단 체력과 수비력을 고려한 전술적 로테이션에 힌트를 준다. 손흥민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조합도 추후 시도될 수 있다. 스리백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수비하고, 전진한 어리에와 더불어 다섯 명의 공격수들이 득점 상황에 집중하는 이원화된 무리뉴 축구는 3연승을 달렸다. 본머스전도 알리와 손흥민, 시소코 등 2선 전원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2실점을 기록한 수비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득점력을 통해 승리하고 있다는 점은 무리뉴 감독을 두고 실리적이라거나, 수비적이라는 이유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봐온 이들의 입을 닫게 하기 충분하다. 무리뉴 감독이 실리적인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실점해도 상관없을만큼 득점하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전자들을 즐겁게 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겨우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 감독을 선임한 것은 성공적이다. 리그 5연속 무승으로 15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던 토트넘은 단숨에 5위(20점)로 치고 올라왔다. 4위 첼시(26점)와 승점 차이는 겨우 6점이다. 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던 우려를 깨고 토트넘은 다시 BIG4 진입 레이스에 합류했다. 무리뉴 감독에게 손흥민이라는 전술적 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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