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코치로 친정팀 SK에 돌아온 이진영 코치는 팀 타선 부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2020년 시즌에 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10년 만의 복귀였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하나도 없었다. 마치 어제도 이 팀에 있었던 사람처럼, 이진영 SK 타격코치와 SK 유니폼은 잘 어울렸다. 

SK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를 개편했다.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지도자는 단연 이진영 신임 타격코치다. 이진영 코치는 SK 팬들에게 대단히 친숙한 인물이다. 1999년 쌍방울의 1차 지명을 받은 이 코치는 2008년까지 SK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며 ‘국민 우익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9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SK를 떠난 이 코치는 LG와 kt에서 2018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 간 뒤 올해는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했다. 그리고 새 바람이 필요했던 SK의 부름을 받아 지도자 데뷔를 앞두고 있다. 친정팀에 돌아온 이 코치는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에 참여해 젊은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초보 지도자에게 1군 타격코치라는 중요한 보직이 주어진 것, 또 팀 타선 부활을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이 이 코치의 어깨를 짓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코치는 차분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며 2020년 SK의 전력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캠프의 분위기 메이커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이런 이 코치에 궁금한 것이 많은 SK 팬들이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물었다. 이진영 코치가 답했다.

Q) 친정팀에 돌아오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 소감을 말하자면?

이진영 코치 : 오래간만에 다시 SK 유니폼을 입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은 일이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SK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예전에 함께했던 프런트 분들은 거의 다 계시는 것 같은데 함께했던 동료들은 몇 명 안 남았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같이 유니폼을 입는 것도 색다르다. 코치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예전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추억도 많다.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Q) 이진영 코치에게 SK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이진영 코치 : 입단은 쌍방울에서 했지만, 바로 SK로 바뀌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진영’이라는 선수를 만들어 준 팀이고, 평생 감사해야 할 팀이다. 사실 야구 선수들 모두가 원클럽맨을 원한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 돌고 돌아 다시 SK로 오게 됐는데 내 마음 속에는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SK 시절 국민 우익수라는 닉네임이 생겼고, SK 소속으로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땄었다. 나에게 영광들이 있었던 좋은 곳이다.

Q) 일본에서 연수를 하셨습니다. 1년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진영 코치 : 요즘 야구 트렌드는 미국 메이저리그라고 하지만, 일본은 고유의 야구 문화와 자기만의 전통 방식이 있다. 훈련량이 많고, 반복 연습 속에서 자신의 장기와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선수층이 두껍고 인프라가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운 좋게 전반기에는 2군에서 연수를 했고, 후반기에는 1군에 있었다. 주루·수비·타격 모두 충족이 되어야 1군 선수가 되더라. 우리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SK도 2군에 있는 선수들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만들어서 1군에 와야 선수도 성장할 수 있고, 이 팀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군과 2군 위주인) 캔버라 캠프가 중요했던 이유다.

▲ 이진영 코치는 정진기(왼쪽)가 SK를 대표할 수 있는 타자가 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SK와이번스
Q) 밖에서 봤을 때 올해 SK 타격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진영 코치 : SK는 작년까지만 해도 홈런을 많이 치는 타선, 폭발력이 있는 타선이었다. 올해 시즌 중에는 못 봤지만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며 느낀 것이 있다. 1번부터 9번부터 똑같이 치는 단점이 있는 것 같더라. 야구는 단체 스포츠고, 자기한테 맞는 임무가 있다. 포스트시즌이라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1~9번까지 같은 스윙을 하고,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는데 강하게만 치려고 하는 욕심이 보였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거기에 맞는 배팅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했던 것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는 게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박재상 코치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심에 맞는 것은 간과하고, 발사각만 먼저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트렌드가 됐다. 선수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습 때만큼은 정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중심에 맞았을 때 방망이의 위에 맞으면 자연히 장타가 되는 것이다. 

충분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있다. 우승 팀의 타순 아닌가. 내가 와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Q) 정진기 선수는 어떻게 보시나요? 내년에는 터질 수 있을까요?

이진영 코치 : 정말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 지금까지 많은 코치님들이 그러셨듯이, 나 역시도 SK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지금 그 누구보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격을 밝게 바꿔서 항상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나도 선수 시절에 박병호 오재일과 같은 선수들을 지켜봤다. 제일 중요한 것은 환경과 자신감인 것 같다. 정진기의 능력은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안 좋은 생각만 하다 보니 타석에 들어서도 소극적으로 변한다.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심리적인 문제가 컸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Q) 캔버라 캠프에 간 내야 유망주, 유서준, 최준우, 김창평 선수 평가가 궁금합니다

이진영 코치 : 어떻게 보면 앞으로 SK 내야진을 책임져야 할 유망주들이다. 셋다 ‘야잘잘’ 출신인데, 가을 캠프를 통해서 3명의 야구가 누구 못지않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수들한테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데, 훈련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선수들이 느끼는 게 개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공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을캠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창평은 타격 재질은 좋다. 다만 파워가 많이 부족하다. 일단 힘이 부족하니 기술적인 것보다는 공을 때리는 힘을 기르는 쪽으로 연습을 했다. 워낙 고등학교 때 잘했던 친구 아닌가. 타격 재능은 가지고 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프로 투수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첫 숙제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직 어리니 얼마든지 시간이 있다. 요즘은 눈에 띄게 날카롭고 강한 타구를 만들고 있다. 

유서준은 군대에 다녀온 탓에 감각적인 부분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큰 체구는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다만 힘을 이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런 지적을 잘 받아들이고 소통을 하면서 훈련을 해보니 괜찮아지는 것 같다. 유서준 역시 야구 감각적인 부분이 좋아졌고, 타격 훈련도 즐기면서 하다 보니 선수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최준우도 청소년 대표 출신이고, 가지고 있는 콘택트 능력이 좋다. 다만 스스로와 주위에서 콘택트를 부각하니 손으로만 치려는 경향이 있다. 인아웃 스윙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단점이 있었다. 방망이를 세우는 것보다는 어깨에 메고 기다리다가 투수가 스타트하면 같이 방망이 들고 스타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준우 같은 경우는 바뀐 타격폼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더라. 그만큼 좋은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나한테는 고마운 일이다.

Q) 캔버라 캠프에서 가장 발전한 타자는 누구인가요? 

이진영 코치 : 누구라고 이름을 거론하기 힘들 만큼 다 좋아졌다. 다행히 내가 느끼는 것보다 주위 다른 코치님들이 생각하시는 평가가 더 좋다. 선수들한테 고맙다. 계속 성장하는 선수들이다. 어려운 질문인데 그중에 뽑으라면 정현 김창평 오준혁 유서준이 가장 좋아졌다. 

▲ 이진영 코치는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똑같은 방향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와이번스
Q) 인천에 있는 1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진영 코치 : 올 시즌에 정말 잘하다가 마지막에 아쉽게 안 좋게 마무리가 됐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열심히 내년을 준비할 이유가 생겼고, 다시 우승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많은 성장을 했다. 1군 선수들도 스프링캠프 가서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프로 20년 동안 줄곧 경쟁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선한, 선의의 경쟁이다. 그런 경쟁 속에서 팀이 성장하는 것이다. 올해 주전이었던 선수들도 후배들 도전을 받아들이고, 선의의 경쟁을 하다보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경쟁다운 경쟁을 해서 건강하게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머리가 크신데… 지금 캠프에서 머리가 가장 큰 선수는 누구인가요?

이진영 코치 : (이 질문이 없어 이상했다는 듯 웃으며) 이 질문은 항상 나오는 것 같다. 제 사이즈는 직접 와서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작지는 않은 것 같은데, 실제로 보신 분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고 하시더라(웃음). 야구장 오셔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 선수들 머리 사이즈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누구 머리가 큰가 보고 다니지는 않았다. 어떤 도움을 줄까만 생각했다(웃음).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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