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에서의 시련을 뒤로 하고 kt의 1군 선수로 발돋움한 조용호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의욕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리조나의 1군 코칭스태프는 조용호(30)에게 대만행을 지시했다. 탈락이자 낙오였다. 지난 2월 kt 애리조나 캠프 당시의 이야기다.

짐을 싸 대만으로 들어가는 길은 유독 멀었다. 물리적인 거리도 거리지만, 마음도 차가웠다. 트레이드 후 새 출발을 꿈꿨던 조용호는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입을 떼면서 “1차 캠프 기간 당시 엄청 헤맸다. 적응 걱정도 있었고,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몸을 제대로 만들어가지 못했다. 핑계지만 결혼을 하면서 다른 때보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코칭스태프들이 보는 컨디션은 실망스러웠다. 조용호도 인정한다. 조용호는 “내가 봐도 배트가 제대로 돌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방망이를 돌리는 게 아니라 방망이가 나를 돌게 만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찾은 대만은 지겨운 나라였다. 조용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지훈련을 거의 다 대만에서 했고, SK에 있을 때도 2군 캠프를 대만에서 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윈터리그도 여기서 했다. 이제는 그만 오고 싶은 곳”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대만은 조용호의 초심이 묻어있는 곳이기도 했다. 애리조나의 1군을 떠나 다시 찾은 3월의 대만. 조용호는 “실망하기는 했지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예 재정비 기간으로 전반기를 모두 잡았다. 조급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조금 늦더라도 한 번 올라가면 끝까지 남아있자는 다짐을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대신 뚜렷한 목표와 함께 대만에 갔다”고 했다.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공을 제대로 맞히지도 못했던 조용호는, 대만 캠프를 시작으로 반등했다. 콘택트 능력이 확실한 선수인 만큼 점차 타격감이 돌아왔다. 2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여 1군의 부름을 받았고, ‘목표’대로 올라와서는 끝까지 1군에 남았다. 조용호는 올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293, 출루율 0.364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팀의 핵심 선수인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빠졌을 때 3번 타순에서 맹활약한 것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강철 kt 감독의 구상에도 자리 잡았다. 이 감독은 “선발로도 쓸 수 있고 대타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조용호의 올 시즌 활약을 칭찬했다. 

그런 조용호는 ‘또’ 대만에 왔다.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땀을 흘린다. 3월 2군 캠프와 비교하면 목표는 조금 바뀌었다. 조용호는 “결국 체력이었다. 몸 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한 달에 10개씩도 하던 도루인데, 올해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 3개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몸이 너무 무거웠고, 순발력도 떨어졌다. 지금은 6㎏를 뺐다”고 했다. 타격도 좀 더 일관성 있는 스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 쉴 기회는 있었다. kt는 마무리캠프 중반 올해 1군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귀국을 지시했다. 체력소모가 많았던 만큼 쉬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조용호도 대상자였다. 그러나 조용호는 다른 선수와 다르게 귀국하지 않고 대만에 남았다. 다부진 내년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용호는 “난 주전 선수였던 적도 없고, 지금도 그런 선수가 아니다”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야구가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목표는 소박하다. “하던 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 이를 되새기며 웃는 조용호의 얼굴 뒤에는 3월과는 다른 11월의 하늘이 보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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