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상우(가운데)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 결승전 8회말 두 타자를 잡아낸 뒤 강판되고 있다. ⓒ도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마지막으로 믿었던 약속의 8회도 없었다.

한국이 2019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 초반 앞서 나가던 흐름을 잡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한국은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결승전에서 1회 터진 김하성(2점)과 김현수(1점)의 홈런을 지키지 못한 채 3-5로 역전패했다.

일단 7회말에 내준 1점이 아팠다. 4-5로 뒤진 7회 2사 1루에서 조상우가 일본 아사무라 히데토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1점을 더 내줬다.

한국의 기적을 만들었던 약속의 8회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픈 1점이었다. 분위기를 1점 차로 끌고 갔다면 1번 이정후부터 시작되는 8회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8회에 드라마를 많이 썼던 한일전이기 때문이었다.

가깝게는 지난 9월 열린 제29회 WBSC U-18 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전이다.

0-2로 뒤지던 한국은 8회말 극적인 동점에 성공하며 끝내기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8회말 2사 주자 2, 3루에서 남지민의 3루 땅볼 때 일본 3루수 이시카와 다카야의 1루 송구가 빠지면서 이주형과 김지찬이 득점에 성공해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연장 4-4 동점이던 10회말 1사 만루에서 박민의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역대 한일전은 8회가 되면 승리의 여신이 한국을 향해 미소를 보내 줬다. 그 역사의 시작은 1963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응룡(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던 일본과 최종전 8회, 극적인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한일전 역사상 첫 승리를 안겨 준 홈런이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도 8회에 결승점을 뽑았다. 8회초까지 1-2로 뒤진 1사 3루에서 전설이 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2사 1, 2루에서 한대화가 왼쪽 파울 폴을 맞히는 결승 스리런 홈런을 뽑아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위 결정전에서도 8회였다. 주인공은 이승엽. 이승엽은 8회말 2사 2·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엽에게 결승타를 맞은 투수는 당시 일본에서 최고 투수로 손꼽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였다. 한국 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잇달아 8회에 승전보가 날아왔다.

1차 라운드 일본과 최종전. 이승엽은 1-2로 뒤진 8회초, 우월 투런 홈런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2라운드 최종전에서도 0-0이던 8회 이종범이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8회는 한국을 위한 이닝이었다. 준결승전,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 이승엽은 당대 일본 프로 야구 최고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우월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아쉬움을 기쁨의 눈물로 씻어 낸 기적 같은 한 방이었다.

그래서 이날도 8회가 기대를 모았다. 이번 대회, 대표 팀 선수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 줬던 이정후부터 시작된 8회초였다.

하지만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구위에 완벽하게 눌렸다.

이정후가 3구 삼진으로 물러났고 김하성은 중견수 평범한 플라이에 그쳤다. 한 방을 기대했던 김재환은 4구만에 삼진으로 돌아서며 맥없이 8회가 끝나고 말았다. 7회말의 실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9회에도 점수를 내지 못하며 아픈 패배를 당했다.

결과적으로 선발투수 양현종이 3회만에 물러난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 됐다. 양현종은 3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홈런 포함 4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16타자 중 8타자에게만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갔을 정도로 좋지 못했던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