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평양 원정에서 좋은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이충훈 영상 기자] 선수들은 엄청난 변수에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고 지원스태프도 음지에서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오전 1시 무렵 선수단이 등장했고 밤샘 응원을 온 팬들이 환대했다. 생각보다 긴 이동으로 피로가 쌓인 선수들이었지만, 15일 평양에서 벌어진 북한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라는 결과를 내고 복귀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

무엇보다 선수단은 외적 변수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오직 축구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승점 3점이 최선이었지만, 1점만 가져온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며 특유의 승부욕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상당히 거칠었고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얻어 오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승리를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도 수확이었다"며 100% 무사 귀환에 대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인민들로부터 선수들을 최대한 숨겼다. 순안공항에서 김일성경기장, 훈련이 끝나고 숙소인 고려호텔 이동까지 모두 야간에 이뤄졌다. 통제된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의젓했다. 그는 "통제된다는 느낌을 받기보다는 그런 것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예민한 문제였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선수들이 냉랭한 남북 관계의 현실을 알고 경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몸을 만들었음을 전했다.

고생은 음지의 스태프들이 했다. 특히 홍보팀 직원은 겨우 허용되는 인터넷을 활용해 경기 상황을 이메일로 대한축구협회 상황실에 전했다. 물론 이 역시 검열을 당했다. 조금이라도 북한에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삭제 조치됐다. 경기 내용에 대한 전달에서 "격렬했다"고 서로 동등했던 것처럼 비친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 평양 원정 경기를 치른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선수단은 경기 그 자체에만 전념했다. 손흥민은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치르지 않았던 경기장이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부상 위험이 많았다"며 관중 유무와 상관없이 거칠게 나오는 북한의 경기력에만 대응했다고 답했다.

숙소에서의 삼엄한 감시에 대해서 긍정으로 돌린 손흥민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잠을 많이 잤기 때문이다. 선수들끼리 좋은 시간도 보냈고 재미있고 웃기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며 지원스태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좋은 원정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던 손흥민이다. 그는 "코칭스태프도 새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좋은 원정만 있을 수는 없다. 스태프도 고생했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현했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이번 원정에서는 손흥민이 선수단에 특별하게 뭘 어떻게 해달라는 부탁이 많지 않았다. 지원 스태프가 고생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의젓해졌다. 선수단과 스태프 사이의 끈끈함이 더 생긴 원정이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은 물론 선수단 스스로도 분위기를 알아서 만들었다.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은 "스마트폰이 없어 선수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방에서 모여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쳤고 경기 이야기도 했다"며 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음을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이충훈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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