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시절 동료였던 한용덕 감독(오른쪽)과 정민철 단장은 이글스의 명문구단 발돋움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같이 뛰기 시작했다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서산, 김태우 기자] “7년 차이 아닙니까. 당시에는 말도 걸기 어려운 대선배님이셨죠”

정민철 한화 단장은 시계를 1992년으로 돌리면서 한 가지 사연을 꺼냈다. 1992년 한화에 입단한 정 단장의 첫 룸메이트 배정이었다. 정 단장은 “시범경기 때 마산 원정이었는데, 호텔에서 룸메이트 배정표를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첫 룸메이트가 바로 한용덕 감독님이셨다”고 떠올렸다. 

나중에는 대선수로 성장하게 되는 정 단장이었지만,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고졸 루키에게 한 감독은 어려운 존재였다. 한 감독은 당시 빙그레 마운드를 이끄는 핵심 선수였다. 1990년에는 13승, 직전 시즌이었던 1991년에는 17승을 거뒀다. 스토리가 특별한 신화적인 선수였다. 어려워 할 정 단장에게, 한 감독은 대뜸 자신이 아끼던 글러브 하나를 꺼냈다. 정 단장은 “그 글러브로 내가 첫 시즌에 14승을 했다”고 추억을 되새겼다.

한용덕과 정민철이라는 이름은 이글스 역사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한 감독은 통산 120승, 정 단장은 통산 161승을 했다. 그것도 모두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이룬 업적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서는 코치 선·후배로 한솥밥을 먹었다. 잠시 헤어졌지만, 이제는 감독과 단장으로 다시 만났다. 한 감독은 선수단의 수장, 정 단장은 프런트 오피스의 수장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15일 서산에서 만난 한 감독과 정 단장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을 보냈다. 한 감독은 “옛날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진지하게 흘러갔다. 외국인 선수 계약 방안,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전략, 전력 보강 방안, 2군 육성 시스템 정비 등 무거운 현안들이 그들의 앞에 놓여 있었다.

사실 한 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래서 더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게 두 ‘레전드’의 각오다. 한 감독은 “물론 전임 박종훈 단장님도 잘하셨지만, 정 단장은 오랜 시간 같이 한 사이다.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하며 발전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정 단장 또한 “앞으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현장은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인물은 16일 서산한화이글스 2군훈련장에서 수시로 만났다. 오전 훈련 전, 점심 식사 후, 오후 훈련 중 등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나 의논해야 할 것이 있으면 서로를 찾았다. 타 구단 감독·단장의 면담 분위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앞으로도 수시로 소통하며 서서히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다. 

1999년 우승 멤버이기도 한 두 인물의 목표는 같다. 바로 이글스의 명문구단 발돋움이다. 한 감독은 “두 명 모두 이글스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가장 큰 공통점을 이야기했다. 정 단장은 16일 선수단 상견례에서 “명문구단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레전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서산,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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