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등판한 고우석이 경기를 끝내고 포효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건일 기자] 잠실구장엔 사이렌이 울린다. LG 마무리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라갈 때다. 고우석은 시속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로 순식간에 타자들을 제압하고 경기를 끝낸다. 사이렌은 LG 팬들에게 승리를 외치는 환희의 소리, 상대 팀엔 절망의 소리였다.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2로 앞선 9회 사이렌이 울렸다. 불펜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향한 고우석은 1차전에서 공 1개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고, 2차전에선 1점 차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던 투수. 이틀 연속 끝내기로 키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날 울린 사이렌은 키움 팬들에게 희망의 소리였다.

고우석은 김하성을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더니 대타 송성문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LG의 승리 확률은 고우석의 등장과 함께 92.6%에서 72.9%로 떨어졌다. LG가 걱정하고 키움이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류중일 LG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대뜸 고우석 이름을 꺼냈다. LG는 2차전에서 고우석이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뒤 박병호 앞에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자 송은범으로 투수를 바꿨다. 류 감독은 "교체 이유는 고우석을 '두 번' 죽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경기 끝나고 다른 생각을 했다. 고우석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마무리가 되기 위해선 박병호와 붙이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했다"고 곱씹었다. 결론은 "같은 상황에 고우석을 내보낸다"였다.

▲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등판한 고우석이 투구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키움은 대주자와 함께 희생 번트로 주자 2명을 득점권에 보냈고, 대타 박동원으로 고우석을 압박했다.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 더군다나 LG는 0승 2패로 탈락 위기였다. 고우석은 강하게 압박받았다. 불펜에선 김대현이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류 감독의 결정은 2차전과 달랐다. 고우석을 마운드에 뒀다.

고우석은 박동원을 상대로 1구부터 4구까지 모두 슬라이더를 던졌다. 박동원은 방망이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시속 154km 패스트볼에 박동원이 반응했다. 결과는 파울. 고우석이 던진 6번째 공은 시속 137km 슬라이더였다. 박동원이 방망이에 맞혔으나 공은 중견수에게 잡혔다.

다음 타자 김혜성에겐 시속 152km 패스트볼을 초구에 꽂았다. 김혜성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고우석의 공은 묵직했다. 타구는 힘 없이 날아갔고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 고우석은 포효하고 웃었다.

박동원을 볼 배합으로 이겼다면 김혜성은 힘으로 꺾었다. 고우석은 "(박동원에게 던진) 슬라이더는 내 결정이었다"며 "경기를 하면서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는데 너무 안 풀렸다. 경기를 돌이켜보면 내 제구가 모자랐다. 내 실력이라 생각하고 제구에 집중하려고 했다. 잘 맞은 타구도 나왔지만 막았다"고 웃었다.

▲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가 끝나고 김현수가 고우석에게 세이브 공을 챙겨 주고 있다. ⓒ한희재 기자

오승환이 삼성에 입단한 2005년 류 감독은 당시 삼성 1군 주루 코치였다. 2000년부터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류 감독은 오승환이 데뷔했을 때부터 당대 최고 마무리에 오르기까지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현역 중 오승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고우석과 오승환을 비교하는 말에 "오승환처럼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던 그다. 그래서 더 강하게 키웠다. 정규 시즌만 경험했던 고우석에게 가을 야구는 더 많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무대였다. 고우석이 첫 세이브를 거둔 이날 류 감독은 "고우석 투입은 고민하지 않았다"며 "동점 적시타를 맞았으면 힘들었을 텐데 막아서 다행이다. 오늘을 계기로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내가 감독님이었으면 오늘 경기도 9회에 안 내보냈을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음을 줬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하면서 "4차전도 당연히 (출전) 대기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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