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하스는 여전히 좋은 공격 생산력을 뽐내고 있지만 약화된 수비 탓에 2020년 활용 방안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멜 로하스 주니어(29·kt)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리며 2년 연속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시원한 대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로하스는 올해도 kt의 주축 타자로 활약했다. 20일까지 시즌 136경기에서 타율 0.322, 23홈런, 10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2를 기록했다. 공인구 변경 탓에 홈런 개수는 지난해(43개)보다 크게 줄었지만, 타율(0.305→0.322)은 지난해보다 오르고 출루율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로하스보다 뛰어난 공격 생산력을 보인 선수는 여전히 많지 않다.

로하스는 검증된 선수다. 외부에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kt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고민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확실히 많아졌다. 공격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에서 하락세가 너무 뚜렷해서다. 

로하스는 지난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선수였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공헌했고, 18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팀 기동력에도 힘을 보탰다. 그런데 올해는 능력치를 공격에 ‘몰빵’한 느낌이 강하다. 도루는 4개에 그쳤고, 수비에서는 낙제점을 받기 일보직전이다. 예전처럼 중견수로는 더 이상 활용이 어렵다는 계산이 끝났다. 심지어 좌익수 수비도 팬들의 뒷목을 잡게 한 경우가 많았다. 

예전처럼 멀리 날아가지 않는 공인구 환경이다. 공을 끝까지 쫓아가 걷어내야 하는 외야 수비가 더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제 로하스는 평균 이하의 수비수가 됐다. 벌크업 후 몸이 눈에 띄게 둔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강철 kt 감독은 로하스와 재계약할 경우 포지션을 바꾸는 것을 고려한다. 지명타자 고정은 다른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선택지가 아니다.

아무래도 수비 부담이 가장 적은 1루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로하스도 1루 전향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순발력이 많이 떨어져 1루도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감독은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1루도 3루처럼 타구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타순도 고민이다. 4번 타자로 시작한 로하스는 결정적인 순간 무기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성적이 팀 성적에 묻혀 과소평가됐다면, 올해는 체감보다 성적이 좋다고 보는 게 옳다. 로하스의 OPS는 리그 7위인 반면, WPA(승리확률기여도)는 전체 26위에 머물고 있다. 반대로 유한준은 4위, 강백호는 5위다. 

연봉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로하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총액 160만 달러(계약금 50만 달러·연봉 100만 달러·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KBO리그 타자 중 손꼽히는 고액이다. 이 금액 이상을 요구할 경우는 kt도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재계약이 확정적인 윌리엄 쿠에바스 이상의 에이스를 노린다면 더 그렇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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