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영상 한희재 기자] "모든 포수의 꿈이잖아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얻고, 그러면서 한 단계 성장할 테니까. 기분 좋은 상상은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29)은 꿈을 향해 차근차근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2차 5라운드 4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16년부터 백업 포수로 경험을 쌓아 나갔다. 지난해까지 두산 안방을 지킨 양의지(현 NC 다이노스)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배우며 성장했다. 

올해는 주전 포수 타이틀을 얻으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양의지 공백 걱정을 하루하루 지워 나갔다. 박세혁은 '3루타 치는 포수'라는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며 양의지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으로 첫 풀타임 시즌을 무사히 치르고 있는 박세혁은 이제 가을을 바라보고 있다. 

◆ 관중석에서 본 멋진 포수, 스승으로 만나다

관중석에서 야구를 본 건 초등학생 시절 기억이 전부다. 아버지 박철우 두산 2군 감독을 따라 야구장에 자주 다녔다.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박세혁은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박세혁은 조인성 두산 배터리 코치와 홍성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보며 포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두 코치가 포수 장비를 입고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도 멋있었다.

조인성 코치와는 지난해부터 두산에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박세혁은 "올해 주전이 되면서 같이 의지하고, 대화도 많이 한다. 늘 감사하다. 나 때문에 힘드실 텐데 야구를 잘해서 보답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3루타 치는 포수, 박세혁만의 색깔이다

'박세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3루타다. 박세혁은 올 시즌에만 3루타 9개를 쳤다. 1989년 삼성 김성현과 1993년 OB(현 두산) 박현영이 기록한 한 시즌 포수 최다 3루타 5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친 키움 이정후(10개)와는 딱 하나 차이다. 

3루타를 잘 치는 비결은 뭘까. 박세혁은 "딱히 비결은 없다"며 웃었다. 이어 "3루타는 치고 싶어서 칠 수가 없다. 선상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고, 우중간 타구도 많았다. 1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가면서 3루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그때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세혁만의 색깔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3루까지 뛰면 물론 힘들지만, 그게 지금 내가 하는 야구 같다.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하고, 2루까지 갈 수 있는 타구면 3루까지 가고. 그게 나만의 색깔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포수는 투수와 함께 성장한다

포수는 힘든만큼 책임감도 큰 포지션이다. 박세혁은 "위기를 헤쳐나가면 뿌듯하고, 안 좋은 경기를 하면 어떤 점이 부족했나 생각을 많이 한다. 포수가 장비를 차서 땀도 많이 흘리고, 공도 많이 맞아서 힘들어 보이니까 어린 선수들이 기피한다. 그래도 어느 포지션보다 뿌듯하고 기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면 더 힘들지만, 포수를 하면 야구를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전 첫해는 투수들과 함께 성장했다. 이영하는 박세혁을 "투수를 위해 공부를 많이 하는 형"이라고 고마워했다. 

박세혁은 "고마운 말이다.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 (이)영하, (함)덕주, (박)치국이, (이)형범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을 더 끌고 가고 믿고 따라올 수 있게 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현재 투수들 영상, 상대 팀과 했던 직전 경기 영상 등을 많이 본다. 볼 배합은 정답이 없다. 당일 컨디션도 중요해서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공부한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20승을 합작하면서 많이 배웠다. 박세혁은 "주전 첫해 호흡을 맞춰서 20승을 이룬 거니까. 린드블럼에게 감사하다. 린드블럼이 '넘버 원 포수'라고 기를 살려준다. 그러면 더 힘이 나고 책임감을 갖는다. 나도 린드블럼이 '넘버 원 투수'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 가을이 온다

두산은 10일 현재 77승50패로 2위다. 가을 야구 진출은 확정적인 상황이다. 가을이 왔다는 말에 박세혁은 "일단 정규 시즌을 잘 마치는 게 목표"라며 "가능한 승수를 많이 쌓고, 최선을 다한 뒤에 남은 포스트시즌을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박세혁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경험했다. 그래도 주전 포수로 맞이하는 가을은 기분이 다르다. 그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날이 오면 설레고 긴장될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때 되면 설레고 긴장되겠지만, 묵묵히 경기할 것 같다. 하다보면 긴장이 풀릴 것"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끝까지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세혁은 "팬들 응원 덕분에 계속 좋은 결과가 있었다. 계속 응원해 주신다면 높은 곳에서 마지막에 같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세혁의 야구를 제대로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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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영상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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