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6일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LA다저스 대 워싱턴경기에서 한인으로 추정되는 팬들이 류현진을 응원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4경기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체력 문제는 아니다"라며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제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4경기 연속 부진은 처음이라고 한다. KBO리그에서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헛스윙이 되어야 할 공은 파울이 되고, 파울이 되어야 할 공은 안타가 된다. 5일 콜로라도전에서 류현진은 평소 홈런 맞는 것보다 싫어한다던 볼넷을 올 시즌 최다인 4개나 허용했다. 구위가 날카롭지 못하고 무뎌졌다.

현재 류현진의 부진 이유와 원인 분석에 관심이 집중됐다. 팬들은 FA를 앞둔 류현진이 본인의 체력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과 필드 외 사적인 고민이 있는지도 궁금해 한다. 4경기 연속 부진으로 벌써부터 불펜행과 포스트시즌, 내년 FA계약도 걱정한다. "사이영상은 이미 물건너 갔다"며 관심도 멀어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사이영상은 지금부터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가 직접 말한 내용을 전한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권을 갖고 있는 30명을 취재하지 못해 단 한 명의 견해일 수도 있다. 사이영상은 각 팀을 취재하는 BBWAA(전미아구기자협회) 회원 중 지역 챕터에서 2명을 선정해 투표권을 부여한다.

BBWAA LA지역 챕터는 지난주 이메일을 통해 이미 사이영상 및 기타 부문 투표자를 선정, 통보했다. 지난주 LA지역 챕터에게 다저스 출입기자 중 누가 투표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을 때 아직 회원에게 통보를 해주기 전이라 정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5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수소문한 끝에 유권자 한 명을 찾았다. 불과 일주일 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했기에 많은 기자들이 정확히 누가 투표권자로 선정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으로 추측되는 기자도 있으나 이날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 다저스 출입기자 중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권을 갖고 있는 유권자 한 명은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의 빌 플런켓 기자였다. 다저스 관련 기사에 플런켓 기자가 쓴 기사를 인용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플런켓 기자는 미식축구부터 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를 취재했고 2003년부터 LA 인근 지역 신문사인 레지스터지에서 메이저리그를 취재했다. 2017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도 투표했는데 그때는 맥스 슈어저에게 한 표를 선사했다.

▲ 빌 플런켓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기자는 올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다.

5일 경기가 끝나고 플런켓 기자를 만났을 때 "지난주에 투표자격이 있음을 통보 받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결정하지 않는다. 류현진은 아직도 유력한 후보다. 물론 앞으로 지난 4경기와 같은 결과를 보인다면 당연히 수상자 대상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

플런켓 기자는 시즌이 끝날 때쯤 후보자 5명의 성적을 나열한 뒤 여러가지 지표들을 분석한 뒤 수상자를 선택한다고 한다. 본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BBWAA 유권자들이 사이영상과 MVP 등 투표를 역사에 남기는 일이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을 한 뒤 한 표를 행사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취재하는 지역팀 후보자라고 해서 특별우대는 없다. 다시 말하면 LA 다저스 투수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한 표를 줄 수 없다는 뜻이다. 플런켓 기자를 옆에서 지켜보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다저스 취재기자 중 까다로운 질문을 가장 많이 하며 평소에도 다저스와 관련해 신랄한 기사를 자주 쓴다.

플런켓 기자는 "사이영상은 여러가지를 비교한다. 개인적으로 WHIP(이닝당 출루허용), 피안타율, 평균자책점을 본다. 탈삼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류현진에게는 다행이다"라고 농담을 섞어서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점들을 설명했다.

플런켓은 평소 한국기자들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며 농담을 걸어오는 친근한 기자다. 플런켓 기자는 "타자들이 어떤 투수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들어 하는지를 생각한다. 꼭 삼진이 아니어도 소프트 콘택트로 타자를 잡아내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플런켓 기자는 "류현진의 수상자격은 충분하다. 그러나 지난 4경기와 다른, 시즌 초의 압도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다만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팀들은 전력을 다해야 하는 반면,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나머지 경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것이기에 류현진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예상도 알려줬다.

▲ 다저스 레전드 토미 라소다 감독(왼쪽)이 2018년 3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1988년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LA다저스 투수 오렐 허샤이저와 함께 경기 전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로 걸어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4경기에서 불투명한 이유로 부진했던 류현진이 갑자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터득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반등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불과 4경기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사이영상 수상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단 4경기 만에 또 이에 대해 아주 싸늘해 진 관심은 무서울 정도다.

사실 5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팬들에게 다저스 레전드 토미 라소다 감독의 바블헤드를 증정하는 날이었다. 라소다 감독 및 가족들이 경기장에 나와 시구도 하며 팬들과 함께했다.

문뜩 라소다 감독이 남긴 유명한 말 중 "유니폼 뒤에 있는 이름이 아닌 유니폼 앞에 있는 이름을 위해 경기에 임하라"와 "불가능과 가능의 차이는 사람의 결심이다"가 떠올랐다. 라소다 감독은 9월22일이면 92세가 된다. 류현진의 부진으로 우울해진 팬들의 기분 전환을 위해 라소다 감독의 오래 된 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https://youtu.be/vX4L2LHGs98

라소다 감독은 브루클린 다저스 투수 시절 1955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으며, LA 다저스 감독으로 1981년과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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