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용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대로 떠나면 지난 대회 준우승이 반짝 성과로 남고 사라질 수 있다.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

정정용 감독이 대한민국 U-20 대표팀 전담 감독으로 2년 계약을 맺었다.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성과를 낸 정 감독은 지난 6월 30일 한국 축구 과학회 세미나에서 "한 번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 감독은 주변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U-20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기 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게 좋지 않냐는 권유를 받았다. 우승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성적을 거둬도 밑져야 본전이 되다는 우려 때문이다. 누군가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만 일해온 정 감독에겐 프로 감독을 맡아보고 싶다는 의지도 있었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다르면 K리그 몇몇 팀들이 정 감독 선임을 위해 움직였다. 정 감독을 적극적으로 원한 해외 U-20 대표팀도 있었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정 감독은 고심 끝에 대한축구협회와 동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난 대회를 준비하며 만든 문화와 철학을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난 대회 결과로 잘 드러났으니까. 내가 떠나고 그것이 없어지기보다 다음 U-20 대표팀에 연결고리가 되고 자리를 잡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남기고 싶은 철학은 내 개인의 철학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설정한 한국형 축구 스타일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은 이미 성장했다. 내가 연결하고자 한 것은 팀 분위기와 문화 등 경기 외적 부분을 포함하는 것이다. 내가 떠나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정착시키고 싶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어받아 잘할 수 있는 지도자에게 넘겨주고 싶다. 그전까지는 내가 연결고리가 되겠다."

▲ 정정용 감독은 준우승 재현이 아니라 문화와 철학을 연결시키고 싶다고 했다. ⓒ한희재 기자


정 감독은 10년 넘게 한국 축구 연령별 대표팀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가 열매를 맺은 뒤 떠나기 보다 지속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더라도 한국 축구를 위해 이 일을 완수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폴란드 대회에서 정 감독과 함께 했던 코칭스태프도 모두 함께 한다. 

프로와 해외의 제안이 개인적인 조건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정 감독은 우선 U-20 대표팀의 성공 방정식을 다음 대회까지 연결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한국 유소년 축구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다 한 뒤에 개인적인 도전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정 감독은 본래 2021년 말까지 전임 지도자 계약이 남아있었으나, 2021년 FIFA U-21 월드컵이 끝나는 시점까지로 기간을 줄이고, U-20 대표팀 전담 감독으로 새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 13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일하며 유소년 축구와 전 연령별 대표 선수를 두루 가르친 정 감독은 U-20 대표팀을 전담하는 것으로 역할을 고정했다. 

계약 기간은 단축됐고, 전임 지도자 시절에 비해 조건도 나아졌다. 도전을 미루고 헌신을 택한 정 감독이 원하는 조건을 협회도 수락한 것이다. 

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판곤 부회장은 “선임소위원회는 선수 발굴, 팀 관리, 전술 대응, 소통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정 감독의 능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며 “U-20 대표 선수들을 육성하고 한국 축구를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전임지도자 계약 기간이 2년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20세 이하 연령대를 전담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 감독은 당장 오는 11월에 있을 2020 AFC U-19 챔피언십 예선전에 집중한다. 2021년 FIFA U-20 월드컵을 향한 여정이 곧 시작된다. 정 감독은 "또 한 번 준우승과 같은 성과를 목표한다기 보다 일관된 철학과 문화로 U-20 대표팀이 운영되도록 하겠다"며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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