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현. ⓒ곽혜미 기자
▲ 이동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전반기가 한창이던 6월 어느 날 이야기다.

어렵게 LG 투수 이동현과 연락이 닿았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그는 매우 비장한 답을 내놓았다.

"선고일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으로 살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언제든 팀에서 은퇴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982년생인 이동현은 이제 팀 내 최고령 투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제 팀에서 마지막을 이야기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2군에서도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언제든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1군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별반 보이지 않았다.

이동현은 "부활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것을 바꿨는데 아직 내 몸에 맞지 않고 있다. 점차 밸런스를 찾고 있는데 구단에서 기다려 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현은 6월까지 2군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6월 22일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6경기에서 1실점을 하는 데 그쳤다. 변화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LG는 그런 이동현을 잊지 않고 있었다. 7월 30일 KIA전을 끝으로 1군으로 올라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겨울 이동현과 함께 땀을 흘려 왔던 최일언 투수 코치는 이동현이 재기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런 그를 어느 보직에서건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그렇게 이동현은 다시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로켓맨'으로 불리던 전성기의 구속은 아니었다. 이동현의 평균 구속은 138.9㎞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고 구속은 140㎞를 넘어섰고 자연스럽게 장기인 슬라이더의 구위도 살아났다. 이동현이 1군에 머물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것이었다.

이동현의 보직은 추격조다. 팀이 승리에 힘을 쏟지 않고 경기를 끝내야 할 때 쓰임새가 생긴다. 하지만 이동현은 그런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현은 "마지막을 준비했던 선수에게 또 한번 1군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아직 팀에 내가 쓸모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가더라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든 내 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예전처럼 힘 있는 공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고 있다. 빠른 공이 아니어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현은 1군 복귀 후 2경기에서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6일 두산전에서는 3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명 모두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힘이 아닌 기술로 타자를 상대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은 이유다.

이동현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팀이 언제든 필요하면 불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LG에 팔꿈치를 맡겼다"고 했던 이동현이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새로 바뀐 투구 밸런스가 잡히며 자신감도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한때 사형수의 심정이라던 이동현의 마음속은 다시 투지로 채워지고 있다. 아직 이동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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