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투수 워커 뷸러는 올시즌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 선발 트리오 류현진(32), 클레이튼 커쇼(31), 워커 뷸러(25)가 과연 다저스를 31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월드시리즈 우승을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팀들을 상대로 10월에 11승만 거두면 된다. 다저스 불펜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선발 트리오 '류-커-뷸'이 제몫을 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왜소한 체격, 신인드래프트 충격에서 생긴 오기

3명 중 가장 어린 뷸러는 메이저리그 3년차다. 다저스는 2017년 9월 뷸러를 콜업한 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활용하고 싶어했다. 당돌했던 루키 뷸러는 이를 거부했다. 자신이 불펜보다 선발로 나서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구단을 설득했다. 다저스도 뷸러의 판단을 존중하고 2018년부터 정식으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시켰다.

키가 188㎝인 뷸러는 현재 몸무게 83㎏이라고 한다. 사실 아직도 다소 왜소하게 보인다. 그러나 온몸이 강철같다. 팀 동료들은 뷸러가 얼마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투자를 하는지 잘 안다. 특히 뷸러는 하체운동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지금은 무게 450파운드(204㎏) 바벨로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하체 운동)를 한다.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 출신인 뷸러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속 85마일(약 137㎞)이 넘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와 함께 저스틴 벌랜더 영상을 분석하며 투수의 꿈을 키웠다.

작은 체격이었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뷸러는 고교 3학년 때이던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기대했다. 변호사였던 어머니는 집으로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 드래프트 당일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1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지명되지 않았다.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 있는 보조 라운드(Supplemental round)에서 샌디에이고가 '워커...'를 호명하자 온 집안이 떠들썩해졌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성이 뷸러가 아니었다. 샌디에이고는 '워커 웨이클'을 지명했다.

코메디같은 이 '갑분싸' 스토리는 최근 SI.com(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을 통해 공개됐다. 워커는 별로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뷸러는 어머니의 결혼 전 성(maiden name)을 이름으로 사용한다. 고교 시절 60㎏ 정도였던 왜소한 뷸러의 체격이 1라운드에 이름이 불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뷸러는 그날 대학진학을 결정했다. 며칠 뒤 피츠버그가 14라운드에서 뷸러를 지명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미국 테너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에 진학했다.

뷸러는 고교 시절 A학점을 놓치지 않은 우등생이었다. 대학 전공은 정치학, 부전공은 기업전략과 사회학을 선택했다. 물론 야구도 계속했다. 뷸러는 대학 2학년 때 12승2패, 2.64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밴더빌트가 2014년 전미대학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 워커 뷸러가 밴더필트대학 시절이던 2014년 전미 대학 월드시리즈에서 투구를 하던 모습. 어릴 때부터 깡 마른 체격이었던 뷸러는 고교 졸업 후 1라운드에 지명되지 않자 대학에 진학했다.
◆다저스 입단, 역사를 써나가는 신세대 투수

결국 2015년 다저스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4번째로 뷸러를 지명했다. 1라운드지만 순위가 밀렸다. 대학교 3학년 때 구속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뷸러와 다저스는 원인을 알고 있었다. 뷸러는 다저스와 계약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수술)를 받았다. 그리고 1년 반동안 재활에만 집중했다.

2016년 8월부터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게 된 뷸러는 2017년 9월 7일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며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7년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총 8경기에 출전해 9.1이닝 11피안타 12탈삼진 8실점, 7.71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불펜행을 거부한 뷸러는 가을야구를 구경만 했다.

뷸러는 2018년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4월 23일 마이애미전에 처음으로 선발로 등판해 5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3번째 선발이었던 5월 4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6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무실점하며 불펜 3명과 합작 노히트 경기를 완성시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뷸러는 2018시즌 8승5패, 2.62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신인상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 다저스 투수 워커 뷸러가 2018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보스턴을 상대로 피칭을 하고 있는 모습. 뷸러는 이날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뷸러는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18년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 애틀랜타전에서는 5이닝 5실점했다. 밀워키와 NL 챔피언십 경기 3차전에서는 7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7차전에서는 4.1이닝 8탈삼진 1실점하며 팀승리에 기여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루키가 챔피언십 경기 7차전에 등판한 것은 두 번밖에 없었다. 

뷸러는 보스턴과 2018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미래를 기대케 하는 투구를 보여줬다. 7이닝 2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연장 18회 맥스 먼시의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승리한 3차전은 다저스의 유일한 2018년 월드시리즈 승리였다.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 이상 던지며 7탈삼진 무4사구 2피안타를 기록한 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명밖에 없다. 뷸러 외에 1956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뉴욕 양키스의 돈 라슨과 로저 클레멘스(2000년 월드시리즈 2차전)가 다른 2명이다.

뷸러는 올 시즌 탈삼진 15개 이상 무4사구 경기를 두 번 기록했다.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를 상대로 볼넷 없이 탈삼진 16개로 2실점 완투승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8월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도 볼넷 없이 15탈삼진 1실점하며 완투승을 거뒀다.

1908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뷸러처럼 한 시즌에 두 번 이상 탈삼진 15개 이상 기록하며 무4사구 완투승를 달성한 선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1999, 2000)와 드와이트 구든(1984)밖에 없다.

올 시즌 현재 뷸러는 10승3패 3.31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볼넷 없이 11번 이상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는 4번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뷸러와 같은 기록은 세운 투수는 10명뿐이다. 다저스 투수 샌디 쿠팩스는 이 중 한 명이다.

◆외할아버지와 벌랜더 영상 분석하며 성장, 가을야구 기대

뷸러는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와 벌랜더의 영상을 분석하며 성장했다. 대학교 때 각종 투구 분석 자료를 자신의 경기력 향상에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첨단 기계들과 각종 통계자료 분석을 신봉하는 팀이다.

뷸러는 시즌 전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 속옷차림으로 피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의 회전속도와 팔의 각도 및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뷸러는 새로운 그립을 시도할 때도, 손가락 위치를 단 몇 ㎝ 움직였을 때 공의 회전속도까지 비교해 가며 실전에 사용한다. 통계 자료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고 던지던 '올드스쿨'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세대의 투수다.

뷸러는 곱살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석에서는 'F자'가 들어가는 표현을 자주하는 직설적인 불같은 성격이다. 때로는 경기 중 불같은 성격을 가라 앉히지 못하는 뷸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타자를 전혀 겁내지 않고 삼진 잡아내는 것을 즐긴다. 항상 자신감이 넘쳐나는 뷸러의 올 포스트시즌이 기대된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