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을 수확하면서 평균자책점을 1.45로 낮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해 없애버리고 싶은 게 있다면 딱 그 한 경기"라며 6월 29일 쿠어스필드의 악몽을 꼽았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지나고 보니 모두가 아쉬운 듯하다. 한국 팬과 한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로 6월 2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경기에서 4이닝 7실점으로 대량실점하며 무너진 경기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12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12승(2패)을 수확했다. 승리도 승리지만, 부상자명단에 들어가기 직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2경기 내리 무실점 경기를 펼치면서 평균자책점(ERA)이 무려 1.45까지 낮아졌다.

ERA 1.45는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치다. 1920년 이후를 '라이브볼 시대'라고 하는데 오늘날처럼 반발력이 커진 공을 쓰기 시작한 시점을 일컫는다. 결국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된 뒤 올해로 100년째에 접어드는데, 100년 사이 류현진의 1.45는 1968년 레전드 투수 밥 깁슨의 1.12에 이어 역대 2위다. 현대야구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수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류현진이다.

이날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들이 먼저 류현진에게 "지난 6월 29일 7실점을 한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의 악몽을 지우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류현진은 배시시 웃으며 "올해 없애버리고 싶은 게 있다면 딱 그 한 경기"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 역시 그 경기가 아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실제로 콜로라도전 4이닝 7실점 경기 자체가 없어진다면 류현진의 ERA 수치는 얼마나 떨어질까. 류현진은 올 시즌 142.2이닝을 던져 29실점 23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결국 4이닝과 7자책점을 빼고 나면 138.2이닝 16자책점.

평균자책점(ERA)을 구하는 공식은 '(자책점×9)÷이닝'이다. 138.2이닝은 138⅔이닝인데, ⅔는 0.667이다. 따라서 '자책점(16)×9'로 산출되는 144를 138.667로 나누면 1.04(1.038을 반올림)가 나온다.

1.04라면 밥 깁슨의 기록마저 앞지르는 라이브볼 시대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에서 말도 안 되는 0점대 ERA 도전도 꿈꿀 수 있었다.

▲ LA 다저스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현실에서 쿠어스필드의 악몽을 없애버릴 수는 없다. 남들도 그냥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류현진은 "근데 뭐, 그런 경기가 있어야지 다음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고, 한 번씩 그렇게 당하다 보면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며 웃었다. 쿠어스필드의 4이닝 7실점을 독이 아닌 약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성격과 마음가짐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만화로 만들어버리는 '코리안 몬스터'의 힘인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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