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지루의 데뷔전은 아픈 대패로 끝났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올리비에 지루가 수적 열세 속에 첼시에 어떤 장점을 더할 수 있을지 보여줬다.

지루는 6일(한국 시간) 영국 왓퍼드 비커리지로드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에서 후반 19분 교체로 출전해 첼시의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렀다. 첼시는 왓퍼드에 1-4로 대패했다.

전반전부터 정통파 공격수의 부재가 느껴졌다. 알바로 모라타는 등 부상으로 전열에서 벗어난 상태다. 팀에 갓 합류한 지루를 벤치에 앉혀두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윌리안-에덴 아자르-페드로 로드리게스로 스리톱을 구성했다.

첼시의 공격은 무뎠다. 공격은 주로 측면에서만 진행됐다. 첼시가 지난 시즌 주 전술로 삼았고, 이번 시즌에도 종종 활용하는 3-4-3 포메이션은 윙백의 공격 가담이 핵심이다. 윙포워드와 윙백이 함께 공격해 측면에서 공격이 시작된다. 첼시는 왓퍼드의 측면을 파고들었지만, 문제는 중앙 공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골은 중앙에서 나는 법이다.

정통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크로스를 마무리 짓기 쉽지 않았다. 높이와 힘이 좋은 선수가 없어 왓퍼드 수비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공간이 날 여지가 없었다.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에서도 약점이 있었다. 첼시는 왓퍼드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밀려 전방으로 여러 차례 걷어내길 시도했는데, 첼시는 전방에서 쉽게 공격권을 잃었다. 공중볼을 따낼 수가 없어 단순히 걷어낸 공은 거의 왓퍼드가 소유권을 되찾아 다시 공격으로 연결했다.

티에무에 바카요코의 퇴장으로 경기는 더 어려워졌다. 바카요코는 전반 25분엔 공을 잡아두고 어설프게 돌아서려다가 공을 빼앗겨 거친 태클로 역습을 끊었다. 전반 30분에는 볼 컨트롤이 길자 발을 무리하게 뻗다가 반칙을 저질렀다. 두 차례 반칙에서 모두 옐로카드가 나왔고 그는 전반 30분 만에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수적 열세 속에, 그것도 페드로의 부상으로 지루는 경기장에 들어섰다. 일단 상황이 좋지 않았다. 득점을 기록하지도 못했다. 대신 경기력 측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만들었다. 후반 23분 크로스에 반응해 수비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인 것이 대표적. 첼시의 선수들이 크로스를 올릴 목표가 생겼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지루는 추가 시간까지 30분 정도 활약하면서 홀로 4번의 공중볼을 따냈다. 왓퍼드의 수비 라인인 아드리안 마리아파, 대릴 얀마트, 마르빈 지겔라르, 제바스티안 프뢰들이 풀타임을 활약하면서 9번 공중볼을 따냈으니 지루의 위력을 알 만하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도 "지루는 2012년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이래 같은 기간 가장 많은 헤딩 골을 기록한 선수"라고 설명하면서 공중전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루는 지금까지 27골을 머리로 터뜨렸다. 같은 기간 25골을 기록한 크리스티안 벤테케, 21골을 터뜨린 로멜루 루카쿠보다 앞선 기록이다.

지루가 앞에서 움직이자 동료들에게도 공간이 생겼다. 후반 37분 아자르가 환상적인 동점 골을 터뜨릴 때 지루가 공간으로 파고들면서 수비진의 전진을 막고 있었다. 첼시 전력의 핵심인 아자르가 움직일 공간을 얻으려면 좋은 스트라이커의 존재가 필요하다.

모라타가 복귀한다고 해도 지루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지루는 첼시 합류 전까지 아스널에서 리그 16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특별하지 않은 기록인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슈퍼 서브'의 면모가 나타난다. 출전 시간은 고작 373분, 대다수 경기를 교체로 나섰다. 지루는 약 93분마다 1골씩 터뜨렸다. 효율성이 좋은 공격수다. 모라타가 복귀한 뒤에도 흐름을 바꿀 교체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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