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스완지(영국),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는 영국 현지에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팀의 주장이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운 기성용(29)을 만났습니다. 그의 축구관과 인생관,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 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① 축구철학: “의미 없는 패스로 공을 잃어버리기 싫다”
② 월드컵: “대표 팀에 기성용 파트너 찾기는 없다”
③ 삶: “유럽 생활 10년, 축구와 가족에 더 집중했다”
④ 도전: “마지막 전성기 3년, 성장할 수 있는 팀 가고 싶다”
⑤ 팬과 대화: “이청용은 멘탈 강한 친구, 잘 해낼 것”
카를루스 카르발랄 스완지 시티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잔류와 기성용 재계약”을 올 시즌 목표라고 천명했으나, 전자보다 후자가 어려운 미션이다. 스완지 시티의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이, 2018년 여름에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나리란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동안 기성용을 원했던, 연결됐던 빅 클럽이 적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에서 기량을 검증 받은 ‘아시아의 베컴’을 영입 리스트에 올렸던 팀으로 아스널, 리버풀, 첼시, 유벤투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언급됐다. 첼시와 유벤투스는 구체적인 제안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2018년 6월 스완지 시티와 계약이 만료되고,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선수 경력에 도약을 위한 몇 차례 기회가 이적료 협상 과정에 무산되며 좌절을 겪었던 기성용은, 자유의 몸으로,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팀을 찾고자 한다. 

한국 나이로 서른. 만 29세의 기성용은 절정의 기량으로 보낼 수 있는 앞으로 3년을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스완지 시티에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전 기록을 수립한 기성용이 꿈꾸는 다음 스텝, 그 힌트를 들었다. 

▲ 기성용 ⓒ한준 기자

-이제는 매 경기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의 역사입니다. 한국 대표라는 책임감도 있을 텐데 남은 시즌 어떤 내용을 보이고 싶은가요?
제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됐고. 그 뒤에 한국 선수들이나 아시아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자랑스러운 기록을 세운 것 같습니다.

시즌 끝날 때 까지는 팀이 잔류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처럼 선수들이 하나가 된다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는 스완지가 강등권에서 헤매는 퀄리티보다는 좀 더 높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제 팀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점이 그라운드 안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카르발랄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선수들도 많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아요. 

토트넘 경기 빼고는 우리가 진 경기가 없기 때문에, 그런 기록을 잘 이어 가서 시즌 끝날 때까지 잘하고 싶어요. 소속 팀에서 경기력이 월드컵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남은 3개월간 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르고 거친 리그잖아요. 6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어떻게 적응했고 발전했나요?
스완지, 선덜랜드 두 팀에서 여러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축구 스타일을 배운 것 같아요. 사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하는 건 참 어려워요. 100%, 120%를 매 경기 쏟아야 하고, 훈련할 때는 팀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면이 많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체력적인 면은  물론, 축구 외적인 문제에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경기를 뛰든 안 뛰는 바깥에서도 많이 배우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저를 조금 조금씩 발전시켰다고 생각해요.

-카르발랄 감독 부임 이후 효과는?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위닝 멘탈리티가 좋아진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적극적이면서, 유머도 있으신 분이고, 전술적으로도 꼼꼼하신 분이에요. 그런 걸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고, 제가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축구 인생 이후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최근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이 꽤 많이 고전했고, 출전 기회도 줄어들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등 일들이 많았습니다. 대표 팀의 경기력 논란도 그즈음 나왔고요. 유럽파들의 고전은 유럽 리그의 수준 향상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외부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왔을 때보다, 당연히 프리미어리그 수준은 훨씬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해요. 저나 (이)청용이는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고, 사실 이제 대표 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선수들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은 면도 있어요. 

물론 실력적인 문제도 저희가 밀릴 수 있는 내용이 있는 것이고요. 프리미어리그는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저희보다 좋은 선수를 점점 사 오고 있어서, 그 선수들과 경쟁은 더 심해질 거라고 봐요. 프리미어리그는 앞으로도 계속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 좀 더 발전해야 세계적인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카르발랄 감독이 꼭 지키고 싶어 하는 기성용


-서울이나 셀틱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잖아요. 스완지도 입단 초기에는 돌풍의 팀이었고 리그컵 우승도 했지만, 최근에는 생존이 다급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팀 분위기가 경기력이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강등권에 있다 보면 좀 제한적이게 되죠. 팀도 그렇고, 공격적으로 하기 보다는 경기를 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도 수비에 무게를 둔 경기를 하게 돼요. 예전에는 공격적으로 많이 올라가고, 자유를 많이 받았다면, 지금은 수비적으로 하면서 팀을 지탱해 주는 임무를  하고 있어요. 골이나 공격 포인트 같은 경우엔 제가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팀이 강등권에 있다 보면 자신감이나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저한테는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지금은 강등권에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게 계속해서 제 축구 인생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이 나중에 저한테 상당히 도움이 될 겁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약 팀으로는 어떻게 경기해야 되는지, 많이 공부를 하게 됐어요. 

-직장인이든, 선수든, 진로 선택을 할 때 처음에 어디로 가냐가 중요합니다. 기성용 선수는 본래 패스 플레이를 잘하고, 기술적인 선수라 스코틀랜드 셀틱을 유럽 진출 첫 팀으로 선택했을 때 의아했는데요?  
그때는 유럽에 너무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셀틱이라는 팀에 대해 많은 정보는 없었어요. 스코틀랜드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고. 유럽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어쩌면 다시 올까라는 생각이 있었고. 셀틱은 지금도 나가지만 당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고 있고, 어느 정도는 제가 거쳐 가기에 좋은 클럽이라고 생각을 했죠.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나왔고.

-막상 가 보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겨울 이적 시장에 왔기 때문에, 그때 팀 성적도 좀 안 좋았고. 제가 기회를 많이 못 받았어요. 월드컵 나가기 전이었기 때문에, 경기에 못 나가서 마음고생을 좀 했죠. 그래도 월드컵을 잘 치러서, 그 뒤엔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었어요. 후회라기보단 아쉬움이 좀 있죠. 아무래도 경기에 많이 못 나갔으니까. 제 경기력을 100% 다 보여 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고, . 근데 뭐 부딪힐 거, 어차피 일찍 부딪힌 게 저한테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90% 이상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해 왔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는 줄어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나 이런 팀에 있었다면, 좀 더 공격적인 면에, 아까 말했듯이 많이 차지할 수 있을 거에요. 지금 우리는 강등권에 있는 상황이고, 한 골을 넣기보다 한 골을  지키는 게 저희들한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공격으로 나갈 수 있는 찬스를 한번이라도 더 안정감 있게 보내 주는 게 임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패스로 한 번의 찬스를 헌납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을 연결해 주는 게 제 할 일이기 때문에 팀에 따라 그런 내용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 신중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기성용 ⓒ한준 기자


-스완지 시티에서 오래 있었잖아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팀의 상황으로 개인적인 플레이에서도 제한이 있고, 발전에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 계약이 반 남았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어려운 것 같아요. 이적이란 게 제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제가 여름에는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리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나이가 만 29세이기 때문에, 도전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이 중요한 이적이 될 것 같고. 그게 어디가 될지는, 시즌이 끝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축구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할거고요. 일단은 월드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스완지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가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이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 이후엔 저도 축구 인생에서, 다시 한번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잘 생각을 해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목표입니다. 

-한번 더 발전할 수 있는 이동을 하고 싶다면, 어떤 면에서 더 발전하고 싶은 것인가요?
어떤 팀들이 저한테 제안을 하고,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제가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요. 제 생각엔 내 신체적인 능력을 봤을 때 앞으로 2년에서 3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이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축구적인 면에서는 영국이 될지 스페인이 될지,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의 스타일을 원하는 팀으로 가고 싶어요. 매주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로 해서 준비하고 배우고, 이런 게 이 저는 발전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럽의 빅 리그에서 기회가 오면, 빅 리그에서 계속 뛰고 싶고 그렇게 2-3년 정도 보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저도 이제 내려올 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2~3년 동안 제 축구의 마지막 전성기를 보낼 수 있는 팀을 잘 결정해야죠. 또, 가족도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해야죠.

-빅 클럽 진출에 대한 의지는?
만약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연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건 제 손에 달린 게 아니고. 이적이란 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저에게 오는 옵션들을 잘 생각해야 해요. 어느 팀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는 앞으로 제가 시즌 끝날 때, 더 나아가서 월드컵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 같아요.

인터뷰=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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